상법·공정거래법 개정, 국제규범에 맞게 해야
홍 부총리는 “잠재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 둔화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 경제팀은 활력 제고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 경제 활성화 대책을 대거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달부터 수출활력 제고 방안과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관광 등 서비스산업 관련 활성화 대책을 줄지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시장 플레이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승차공유 원격진료 의료투자 등이 여전히 막혀 있는데 정부가 뚫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처가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면서도 승차공유 등과 관련해서는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정부가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은 누차 밝혔다. 다만 승차공유만 해도 이해관계자가 있다. 정부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정책적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는 부분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택시업계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 원만히 도입하는 시도를 작년 말부터 계속하고 있다.
▶윤 교수=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원전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부총리의 생각을 듣고 싶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끝날 시점에 경제정책 측면에서 무엇이 업적이 되길 원하고, 될 것으로 예상하나.
▶홍 부총리=현재 있는 원전 중 마지막 원전이 없어지는 것은 70년 뒤다. 탈원전은 두 세대 이상을 거치며 원전보다는 위험이 적은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옮겨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충분히 정치적 철학으로서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업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높일지, 포용성장 개념을 어떻게 잘 뿌리내리게 할지 두 가지 측면에서 노력한다면 평가받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 20조원 규모인데 반도체 분야는 300억원에 불과하다. 반도체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데 미래를 보는 글로벌 시각이 없다. R&D와 관련해 선 굵은 비전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홍 부총리=국가 R&D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한국이 세계 1위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준비 중이다. 현재 진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올해 상반기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이 집중 지원되도록 할 계획이다.
▶조 교수=사회적 대화로 타협안이 나온 탄력근로제 확대가 국회 입법을 앞두고 있다.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정도다. 과거 정부에서 2015년에 한 ‘9·15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홍 부총리=그나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대타협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고 본다. 사회적 대타협이 정부의 책임행정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한다고 해서 쉽게 풀리는 게 아닌, 복잡한 갈등 구조가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최저임금위원회 구간설정위원회에 전문가 9명을 둔다는데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다. 교수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실질적으로는 공무원들이 뒤에서 몇 가지 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위원회가 다 일관성이 없고 편의적이다.
▶홍 부총리=위원회를 통한 정부 정책 결정에 일관성이 없고 편의적이라는 지적에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몇몇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최저임금위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 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잠재성장률이 전문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졌다. 정부가 그동안 운용해온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도대체 어떻게 올리겠다는 것인가.
▶홍 부총리=현재 잠재성장률은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성장 둔화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다만 올해는 경제활력을 제고해 목표했던 성장률 2.6~2.7%라도 달성하는 게 1차 과업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회장=이 정부 들어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금융이다. 돈이 잘 흘러야 하는데 정부가 금융에 대해 너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 국정과제를 보면 금융부문 내용을 찾기 힘들다. 증권거래세도 어떻게 개편할지 궁금하다.
▶홍 부총리=국정과제에 금융 관련 내용이 적은 건 사실이다. 금융에 관해서는 조만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는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려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홍 부총리=스튜어드십코드는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더 확보하려는 것이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규제 샌드박스는 굉장히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앙정부 규제와 달리 지방정부 규제는 혁신 체감도가 작은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규제혁신 간담회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홍 부총리=전적으로 공감한다. 지방정부가 조례로 제정한 규제가 굉장히 많다. 지난해 상당 부분 걷어냈는데 올해도 노력하겠다.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정책예상효과점검 태스크포스(TF) 같은 것을 구성해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홍 부총리=TF 구성은 좋은 의견이다. 검토해보겠다. 혁신적 포용국가와 관련해서도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정부가 부동산 기준시가를 올리면 보유세 부담은 낮춰야 한다. 지난해 세수가 25조원이나 초과했는데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거나 철수해 (청산소득 발생 등으로) 법인세 과세액이 늘어났을 것이다. 기업에 투자 유인을 줘야 한다.
▶홍 부총리=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기본 방향이지만 취득세는 지방세수여서 중앙정부가 건드리기엔 한계가 있다. 세수 초과는 부총리로서 가장 부끄러운 것 중 하나다. 기업이 철수를 많이 해 초과 세수가 늘어난다는 점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한번 분석해보겠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기업이 투자하게 하려면 정책 규제를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 상법, 공정거래법,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등을 경쟁국 수준으로만 맞춰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홍 부총리=전적으로 공감한다. 국제규범과 시장 요구사항을 조화롭게 반영해야 한다. 모든 정책의 기준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다른 정책들도 그런 점을 감안해 추진하겠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