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한·미 국방당국은 이날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을 없애기로 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경기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한·미 국방당국은 이날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을 없애기로 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미 군사동맹의 상징인 훈련을 예고 없이 폐지한다고 발표하는 건 충격이다.”

3일 전격적으로 나온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의 폐지 발표 소식을 접한 군 내부 인사의 전언이다. 더구나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북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국방부 안팎에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뒷받침”이란 명분을 앞세웠지만 지나치게 섣부른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세기 만에 첫 ‘종료 결정’

북핵 그대로 둔 채…韓·美 동맹의 상징적 훈련, 예고 없이 폐지
한·미 군사당국이 연합훈련 프로그램 종료를 공식 발표한 것은 훈련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명칭 변경 및 중단, 유예만 있었다.

한·미 연합훈련의 역사는 1969년 3월 ‘포커스 레티나’부터 시작됐다. 북한의 기습 남침을 대비해 미국 본토에서 긴급 지원군을 파병, 한국군과 협력하는 내용의 훈련이었다. 이후 1971년 ‘프리덤 볼트’, 1976년 ‘팀스피릿’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키리졸브란 명칭을 쓰게 된 건 2008년부터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대규모 미 증원군 병력과 장비를 최전방까지 신속하게 배치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이다. 미군 증원 전력의 원활한 전개를 위해 매년 하는 지휘소 훈련(CPX)이었으며 우리 군과 주한미군, 해외주둔 미군 등이 훈련에 참여했다.

독수리훈련은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공동으로 후방지역 방어 작전과 주요 지휘­통제 및 통신체계를 평가하기 위한 야외기동훈련이었다. 1961년부터 시작돼 매년 가을 시행했는데 2002년부터 봄으로 시기를 변경해 44년 동안 이뤄졌다. KR과 함께 매해 2~3월 시행해왔다.

‘동맹 연습’ 단 1주일…줄어든 기동훈련

KR연습이 11년, 독수리훈련이 4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군 당국은 작전능력 공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비록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계속 공조한다 해도 대규모 장기 훈련을 하지 못하면 유사시 재빠른 작전 시나리오 구상과 이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KR연습은 한국어 명칭인 ‘동맹(Dong Maeng)’으로 바뀐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훈련이 있는 해의 연도와 순서를 ‘동맹’ 앞에 병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달 4일부터 12일까지 처음 하는 동맹연습은 ‘19-1 동맹’으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동맹연습은 KR연습보다 기간이 단축된다. 과거 KR연습은 보름 남짓 이뤄졌다. 올해는 주말을 제외하고 7일간만 시행한다.

독수리훈련은 아예 이름 자체가 없어진다. 대대급 이하 소규모 훈련으로 대체된다. 군 관계자는 “아무리 공동 기동훈련이 연중 수시로 이뤄진다고 해도 우리 군의 전국 부대와 주한미군, 해외 미군까지 모두 동원되는 정규 야외기동훈련이 폐지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즉흥적 결정 경계해야

북핵 그대로 둔 채…韓·美 동맹의 상징적 훈련, 예고 없이 폐지
군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KR연습 폐지와 관련해 사전 예고가 전혀 없었다”며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어느 정도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연합훈련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다는 게 다행”이라며 “한·미 훈련은 팀스피릿을 정점으로 규모가 조금씩 축소돼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주한미군 감축을 실행한 걸 기억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전히 주한미군이 미국에 이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경질 후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그대로 국방장관직을 승계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 측은 “현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