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밤샘영업 중단…日 "일손 부족해서" vs 韓 "인건비 못 견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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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韓·日 편의점
구인난에 백기 든 日 세븐일레븐
최저임금 직격탄 맞은 韓 편의점
구인난에 백기 든 日 세븐일레븐
최저임금 직격탄 맞은 韓 편의점
영업시간을 단축하려는 한국과 일본 편의점이 늘고 있다. 편의점 영업의 상징과도 같은 ‘24시간 영업’ 관행도 양국 모두에서 막을 내릴 조짐이다.
하지만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이유는 다르다.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일본에선 웃돈을 주고서도 심야에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밤샘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수익성을 맞추지 못해 편의점들이 심야영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일손 부족’에 24시간 영업 접는 日
지난 2일자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은 인력 확보가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이달 중순부터 전국 10개 직영점에서 16시간 단축 영업을 시험 시행하기로 했다. 도호쿠 지역부터 규슈 지역까지 차례로 오전 7시~오후 11시로 영업시간을 줄여 운영하며 매출과 수익 변화, 방문객 반응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직영점뿐만 아니라 2만여 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까지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측이 모든 가맹점에 적용하던 ‘24시간 영업’ 방침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일본의 대형 편의점 업체들은 본사와 상의를 거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4시간 영업하도록 가맹점주와 계약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점주에게 위약금 지급과 계약 해지를 요구한다. 3대 대형 편의점은 사무실이나 역 구내 등을 제외한 95~96% 점포에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심야 수요가 많은 만큼 24시간 영업을 전제로 생산 시스템과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가맹점 점주들이 영업시간을 줄여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시급을 높게 책정해도 심야에 일할 파트타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의 한 세븐일레븐 가맹점주가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끝에 지난달 1일부터 새벽 1~6시에 영업하지 않는다고 공지한 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새벽에 일할 직원을 구하지 못한 점주는 궁여지책으로 심야 시간에 가게 문을 닫았다.
그러자 세븐일레븐 본사가 해당 점주에게 계약 해지와 1700만엔(약 1억7248만원)의 위약금을 물렸다. 이에 가맹점주들의 모임인 ‘편의점 가맹점 유니언’이 지난달 27일 세븐일레븐 본사를 방문해 면담을 요구하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1월 일본 도쿄지역 도·소매업 유효구인배율(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 배율)은 3.4배로 전체 유효구인배율의 평균 1.63배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인력난은 편의점에서 더욱 심하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에서 세븐일레븐의 평균 시급은 지난해 말 975엔(약 9892원)으로 최근 5년간 11%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다른 고수익 일자리가 많은 까닭에 편의점 심야근무는 1200엔(약 1만2000원)대의 높은 시급에도 외국인 근로자마저 기피하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쓰나미’ 닥친 韓 편의점
한국에서도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24시간 운영을 점점 꺼리는 추세다. 국내 최대 편의점 체인인 CU는 작년 말 기준 전체 1만3000여 개 매장 중 19%가량이 심야시간대에 영업하지 않고 있다. 2016년 12%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
다른 편의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2~3년 전까지 10% 미만에 불과했으나 작년 말 GS25는 13.6%, 세븐일레븐은 17.6%까지 올라갔다.
편의점들이 밤에 셔터를 내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24시간 편의점 숫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일본과 크게 다르다. 국내에선 편의점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편의점들의 심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29% 뛰었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최저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 문제는 최저임금에 맞춰 직원 급여를 주면 점주들이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점주들은 “밤늦게까지 영업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손님이 적은 겨울이나 오피스 상권 등은 특히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규제도 한몫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부터 심야시간(밤 12시~오전 6시)에 직전 3개월 동안 적자를 본 편의점에 대해선 계약기간이라도 언제든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기존 6개월이던 것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위반하면 편의점 본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도 매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주 52시간 근로제 등 사회 트렌드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밤늦게까지 회사 회식을 하거나 야근하는 직장인이 감소하면서 심야시간에 편의점 문을 열어놓는 게 점주에겐 더 큰 부담이 됐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안재광 기자 kimdw@hankyung.com
하지만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이유는 다르다.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일본에선 웃돈을 주고서도 심야에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밤샘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수익성을 맞추지 못해 편의점들이 심야영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일손 부족’에 24시간 영업 접는 日
지난 2일자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은 인력 확보가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이달 중순부터 전국 10개 직영점에서 16시간 단축 영업을 시험 시행하기로 했다. 도호쿠 지역부터 규슈 지역까지 차례로 오전 7시~오후 11시로 영업시간을 줄여 운영하며 매출과 수익 변화, 방문객 반응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직영점뿐만 아니라 2만여 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까지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측이 모든 가맹점에 적용하던 ‘24시간 영업’ 방침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일본의 대형 편의점 업체들은 본사와 상의를 거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4시간 영업하도록 가맹점주와 계약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점주에게 위약금 지급과 계약 해지를 요구한다. 3대 대형 편의점은 사무실이나 역 구내 등을 제외한 95~96% 점포에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심야 수요가 많은 만큼 24시간 영업을 전제로 생산 시스템과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가맹점 점주들이 영업시간을 줄여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시급을 높게 책정해도 심야에 일할 파트타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의 한 세븐일레븐 가맹점주가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끝에 지난달 1일부터 새벽 1~6시에 영업하지 않는다고 공지한 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새벽에 일할 직원을 구하지 못한 점주는 궁여지책으로 심야 시간에 가게 문을 닫았다.
그러자 세븐일레븐 본사가 해당 점주에게 계약 해지와 1700만엔(약 1억7248만원)의 위약금을 물렸다. 이에 가맹점주들의 모임인 ‘편의점 가맹점 유니언’이 지난달 27일 세븐일레븐 본사를 방문해 면담을 요구하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1월 일본 도쿄지역 도·소매업 유효구인배율(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 배율)은 3.4배로 전체 유효구인배율의 평균 1.63배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인력난은 편의점에서 더욱 심하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에서 세븐일레븐의 평균 시급은 지난해 말 975엔(약 9892원)으로 최근 5년간 11%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다른 고수익 일자리가 많은 까닭에 편의점 심야근무는 1200엔(약 1만2000원)대의 높은 시급에도 외국인 근로자마저 기피하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쓰나미’ 닥친 韓 편의점
한국에서도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24시간 운영을 점점 꺼리는 추세다. 국내 최대 편의점 체인인 CU는 작년 말 기준 전체 1만3000여 개 매장 중 19%가량이 심야시간대에 영업하지 않고 있다. 2016년 12%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
다른 편의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2~3년 전까지 10% 미만에 불과했으나 작년 말 GS25는 13.6%, 세븐일레븐은 17.6%까지 올라갔다.
편의점들이 밤에 셔터를 내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24시간 편의점 숫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일본과 크게 다르다. 국내에선 편의점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편의점들의 심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29% 뛰었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최저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 문제는 최저임금에 맞춰 직원 급여를 주면 점주들이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점주들은 “밤늦게까지 영업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손님이 적은 겨울이나 오피스 상권 등은 특히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규제도 한몫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부터 심야시간(밤 12시~오전 6시)에 직전 3개월 동안 적자를 본 편의점에 대해선 계약기간이라도 언제든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기존 6개월이던 것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위반하면 편의점 본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도 매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주 52시간 근로제 등 사회 트렌드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밤늦게까지 회사 회식을 하거나 야근하는 직장인이 감소하면서 심야시간에 편의점 문을 열어놓는 게 점주에겐 더 큰 부담이 됐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안재광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