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3일 오후 4시15분

LG전자가 수처리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린 하이엔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하고, 신규로 유입되는 매각 대금을 자동차 전장사업 등 핵심 신사업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10년 차세대 성장엔진 중 하나로 수처리 분야를 선정하고 관련 사업을 강화해왔다. 2020년까지 매출 7조원의 글로벌 수처리 회사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LG전자를 중심으로 계열사에 흩어졌던 멤브레인(수처리용 여과막) 사업을 통합했다. 이후 2011년 11월 대우건설로부터 하이엔텍 지분 100%를 611억원에 인수했으며, 2개월 뒤에는 일본 히타치와 51 대 49로 합작해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을 신설했다.
[단독] 연료전지 이어 水처리 철수하는 LG전자…자동차 電裝·AI에 투자 집중
하이엔텍은 하·폐수처리시설, 폐기물처리·바이오가스화시설 위탁운용 자회사다. 전국 21개 하수처리시설을 비롯해 40여 곳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수처리시설 운영관리시장에서 점유율은 15% 안팎이다. 환경관리주식회사(시장 점유율 30%), 티에스케이워터(30%)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매각 대상 자회사인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은 수처리 관련 시설을 비롯해 폐기물 소각발전, 대기오염 방지 시설 등을 설계·시공하며 실적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의 매출 증가세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하이엔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의 2017년 매출은 각각 1397억원, 363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7억원, 333억원에 그쳤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을 계열사에 크게 의존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혔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같은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판토스 지분을 처분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장사업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려는 전략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구 회장 취임 이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업체인 ZKW를 1조4460억원에 인수하는 등 신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연료전지 자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한 것도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처리 자회사들의 인수후보로는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 또는 환경관리 업체에 투자한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이 꼽힌다. 국내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나 IS동서 등은 수처리나 폐기물 관련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PEF인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 맥쿼리를 비롯해 국내 PEF인 IMM인베스트먼트 등도 환경 관련 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PEF업계 관계자는 “양사를 합쳐 500억원 이상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거두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어 다수의 PEF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LG전자가 일부 지분을 계속 가져가는 등 구체적인 부분에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