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동력 저하 차단…9개월 만의 NSC 주재로 중재역 대내외 재천명
정확한 진단 위해 북미 개별접촉…이후 文 직접 등판으로 접점 모색
文대통령, 北美 중재 시동…NSC 주재하고 하노이담판 재구성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 결렬의 충격을 딛고 북미 정상의 재회동을 위한 중재역 모색에 나선다.

북미 합의 무산에 따른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중재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양상이다.

담판 결렬 후 가라앉은 분위기를 서둘러 반전시키지 못하면 평창동계올림픽 후 1년여간 이어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가 꺾일 수 있고 북미 간 협상 동력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우선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작년 6월 14일에 이어 약 9개월 만이다.

그만큼 하노이 담판 결렬로 조성된 현 국면을 한반도 평화의 중대 기로로 본다는 의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및 대응방안이 안건"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초점을 둬야 할 포인트를 잡는 성격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가동하는 것으로, 이를 기점으로 중재역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담판 결렬 직후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중재를 해달라고 직접 요청했고 문 대통령도 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므로 북미를 비롯한 대내외에 중재역을 천명하는 자리로 NSC 전체회의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중재를 위해 본격 등판하기에 앞서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정상 간 접촉을 시도하기보다 각종 채널로 북한과 미국의 의중을 파악한 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 회담 상황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미가 회담 결렬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에서 하노이 회담의 세밀한 재구성을 통한 전말부터 파악하겠다는 뜻이다.

회담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 등 북미 각자가 밝힌 입장, 한미 정상의 25분 통화, 지금까지 실무선에서 파악한 단편적 정보만으로는 정밀한 실상 파악이 어렵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김 대변인은 "정확한 진단을 내린 뒤 문제를 풀기 위한 문 대통령의 행동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미 양측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해 듣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르면 5일 워싱턴DC로 향한다.

관심은 북한과의 접촉 방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만남을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고비마다 방북해 돌파구를 마련했던 '대북특별사절단 카드'가 우선 거론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작년에만 두 차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하며 교착 국면을 타개한 전례를 떠올리면 이번에도 그 카드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이를 위해 남북은 24시간 비상연락이 가능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접촉을 통해 특사 성사를 위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깜짝 회동'했던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경협이 가능한 최소한의 제재완화 조치 없이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남북 정상 입장에서는 판문점 원포인트 접촉이 성과 도출이라는 부담감을 더는 옵션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하노이 회담의 전말을 파악하고 북미 각자의 정확한 입장을 이해하고 나서 정상외교를 통해 본격적인 중재역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 정상이 조속히 만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만큼 미국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의중과 타협 가능한 선택안을 펼쳐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어 그 결과를 가지고서 또다시, 대북 접촉을 통해 설득하고 조율하는 수순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 행보가 지속할 공산이 크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예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