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기 8대로 출범해 44개국 124개 도시 취항 항공사 도약
총수 일가 각종 논란에 대대적 기념식 않고 내부 행사로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맞아 '조용한' 기념식…"영욕의 50년"
국내 최초의 민영항공사 대한항공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4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임직원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1969년 3월 1일 국영 대한항공공사에서 구형 프로펠러기 7대와 제트기 1대를 인수해 출범한 대한항공은 지난 50년간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 44개국 124개 도시를 오가는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기념비적인 해이지만, 대한항공은 대규모 외부행사 없이 이날 간단한 내부 기념식만 치렀다.

지난해 불거진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데다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대대적으로 기념행사를 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맞아 '조용한' 기념식…"영욕의 50년"
1969년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출범한 대한항공은 반세기 동안 오대양 육대주를 태극 날개를 달고 누비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대한항공은 자평한다.

1970년대 태평양·유럽·중동에 잇따라 하늘길을 열었고 1980년대에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서울올림픽 공식 항공사로 지정돼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맞아 '조용한' 기념식…"영욕의 50년"
1990∼2000년대는 조양호 회장이 본격적으로 대한항공을 진두지휘하면서 큰 발전을 이뤘다.

조 회장은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1990년대는 베이징·모스크바 노선 개설로 굳게 닫혀 있던 공산권 국가에 태극 날개를 펼쳤다.

2000년대에는 국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했고, 프랑스 루브르·러시아 에르미타주·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해 한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맞아 '조용한' 기념식…"영욕의 50년"
2010년대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고 공식 파트너 자리에서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견인했다.

조양호 회장이 직접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 협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한국의 항공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맞아 '조용한' 기념식…"영욕의 50년"
대한항공의 지난 50년간 운항 거리는 101억8천719만3천280㎞에 달한다.

이는 지구 25만4천679바퀴, 지구에서 달까지 1만3천400번 왕복하는 것과 같은 거리다.

대한항공이 실어 나른 승객은 7억1499만명으로, 전 국민이 13번 이상 비행기를 탄 것과 같은 셈이며, 실어나른 화물은 8t 트럭 506만7천500대 분량인 4천54만t에 달한다.

1969년 제트기 1대와 프로펠러기 7대 등 8대를 보유한 아시아 11개 항공사 중 11위로 시작한 대한항공은 현재 B777 42대, B787-9 9대, B747-8i 10대, A380 10대 등 166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50년 속에는 아픈 역사도 있다.

1997년 8월 대한항공 B747기가 괌에서 추락해 탑승객 228명이 사망한 사고는 최근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사고로 기억된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9월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B747기가 격추돼 승객 269명이 숨진 사건과 1987년 11월 북한 김현희의 칼(KAL)기 폭파 테러로 승객 115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도 아픈 기억이다.

2014년에는 조양호 회장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사법처리됐다.

작년에는 조 회장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이 알려졌다.

이어 배임·횡령·탈세 의혹으로 총수 일가가 수사를 받는 등 '오너 리스크'로 회사가 큰 곤욕을 치렀다.

총수 일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검토하고, 사모펀드 KCGI가 '오너 리스크' 해소를 주장하며 조 회장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외부의 날 선 시선에 대한항공은 지난달 19일 중장기 경영방전 방안을 발표하며 경영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조원태 사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지난 50년 동안 대한항공의 두 날개는 고객과 주주의 사랑, 그리고 국민의 신뢰였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날개가 돼 드리는 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대한항공의 새로운 100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창사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업무상 실수로 징계를 받은 직원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업무 실수나 단순 규정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임직원 1천여명이 승진, 호봉 승급, 해외주재원 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단, 성희롱, 횡령, 금품·향응수수, 민형사상 불법행위, 고의적인 중과실 등 행위는 제외한다.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맞아 '조용한' 기념식…"영욕의 50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