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3·1정신이 촛불로"…박유철 광복회장 "한반도평화 성공 기원"
8개국서 온 후손들 "한국, 멋진 나라 돼 감동"…베델 유품, 보훈처 기증
문대통령, 독립유공자 후손과 오찬…"대한민국 마음 기억해달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4일 해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100년의 역사, 함께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미국·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호주·캐나다·브라질·일본 등 8개국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 64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중에는 영국 출신 독립운동가로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 선생의 손녀 수전 제인 블랙 여사, 애족장 받은 장병훈 선생의 외손녀로 미국 거주하는 심순복 여사 등이 포함됐다.

정부에서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한완상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박유철 광복회장도 행사에 초대됐다.

행사 시작 직전 영빈관 앞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도착하자 일일이 인사하며 기념촬영도 함께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후 먼저 소감을 발표한 박유철 광복회장은 "3·1절 100주년을 맞아 저희를 한국에 초청해주시고 성대하게 오찬을 베풀어주신 문 대통령 내외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통령께서 한반도평화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과업이 꼭 성공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독립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한민국의 뿌리라는 것을 되새기고 커다란 자긍심을 느낀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건배 제의는 한완상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이 맡았다.

한 위원장은 "100년 전 3·1운동 당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조국 독립과 자유를 위해 온몸과 마음을 던져 헌신한 외국 동포들을 숭모하는 마음을 잔에 담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3·1평화 정신이 광화문 광장 등에서 촛불시위로 부활했던 사실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평화, 정의, 번영이 활짝 꽃피는 조국을 결단하는 정신을 담아 건배하자"고 제의했다.

한 위원장이 '지화자'를 선창하자 문 대통령 등 나머지 참석자들은 '좋다'로 화답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에서는 문 대통령이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마음을 기억해 달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황해도에서 군자금 모금활동을 하며 독립운동을 한 한철수 지사의 며느리 정영자 씨는 "시아버지가 고문을 당하고, 사형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해방이 돼 극적으로 살아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자리에 참석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독립운동을 한 정문용 지사의 증손녀 김예서 씨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증조할아버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느꼈다"며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과 함께 입장한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기 운반, 군자금 전달 등을 통해 임시정부를 지원한 영국인 조지 루이스 쇼 선생의 후손인 캐서린 베틴슨 씨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불의에 대항한 애국자를 기리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한국이 멋진 나라가 된 것을 보는 일은 매우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한매일신보, 코리아 데일리뉴스를 발행해 일본의 침략과 만행을 세계 각국에 알렸던 영국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 선생의 후손인 수잔 제인 블랙 씨는 이번 초청을 계기로 베델 선생의 유품을 국가보훈처에 기증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지금 한참 한국에는 봄이 시작됐다. 오늘 음식도 한국의 대표적인 봄 음식 쑥국을 내놨는데, 음식이 입에 맞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에 머무는 동안 행복한 시간 되시고, 또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어 가시기 바란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번에 초청된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6박 7일의 일정으로 방한,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서대문형무소와 독립기념관 등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