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 간 첫 인사 자리에서 난데없는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5·18 민주화 운동 폄훼’와 ‘탄핵 발언’을 놓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으며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황 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대표실을 각각 방문했다. 정 대표는 황 대표에게 “5·18 망언 사태에 대해 당대표로서 고심이 많을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유성엽 평화당 최고위원은 “지난 경선에서 탄핵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한국당이) 미래로 가지 못하고 과거 문제 속에 살겠구나’ 했다”며 “탄핵 부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문맥 전체를 보면 분명하다”며 “미래로 가자는 말이었다”고 답했다.

황 대표와 이 대표는 5·18 운동 폄훼 발언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한국당이 극단 세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합리적인 보수의 역할을 할 것인지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황 대표는 “환영사에 감사드린다”고 뼈 있는 말을 던진 뒤 “김경수 경남지사 댓글조작에 대해 정의당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돌발 질문을 던졌다. 이 대표는 “전례에 비춰 봤을 때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것은 과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받아쳤다.

황 대표는 그러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한 댓글조작 사건과 김 지사 건에 대해 비교는 해봤느냐”고 재차 물었고, 이 대표는 “정부기관이 직접 나서 조작한 것과 사인이 권력에 접근해서 댓글을 조작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의당을 처음으로 찾아와 김 지사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참 놀랍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황 대표는 다시 “야당끼리 다른 당에 대해서 ‘뭘 해봐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당에 대해 비판할 부분은 힘을 모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