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간편결제 사업자 활성화 대책에 이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을 밝히자 카드업계에서는 '제로페이로 몰아주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가서비스 축소로 신용카드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소득공제마저 줄어들면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은 비과세·감면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사업자의 탈세를 막고 세원(稅源)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1999년 8월에 도입됐다.
일몰 조항을 두고 한시적으로 운영된 이 제도는 기한이 도래할 때마다 혜택의 내용이 조정되며 일몰이 연장돼왔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소득공제 축소 방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로페이의 공제율을 기존 직불카드(30%)보다 높은 40%로 해주면서 신용카드는 낮추겠다고 해서다.
신용카드 공제율은 현재 15%로 직불카드의 절반 수준이다.
카드업계는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해 소득공제를 축소한다는 정부의 설명에 왜 카드만 내리느냐고 반문한다.
직불카드나 페이로 결제하면 역시 세원이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유독 카드만 낮추기 때문이다.
사실 소득공제 제도의 변천을 보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혜택을 조정해온 측면이 적지 않다.
가맹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직불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직불카드의 공제율을 신용카드와 차별화했고, 전통시장에서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전통시장 사용분에 대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카드업계는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현금이나 예금이 없어 주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신용거래자가 현금·예금보유자와 비교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득공제 혜택까지 줄어들면 카드 사용 저조로 민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연매출 500억원 이하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낮추거나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부가서비스는 줄이겠다고 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업계와 당국이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최근 정부의 '제로페이 밀어주기' 움직임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보면 그동안 제로페이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해소해주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소액후불결제와 독립적인 계좌 발급·관리의 허용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제로페이와 같은 간편결제는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하기에 신용결제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당국은 이에 월 50만원 한도에서 후불결제를 허용한 이동통신업체의 사례와 같이 간편결제 사업자에게도 소액후불결제 문호를 열어주기로 했다.
제로페이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낮출 수 있었다.
은행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여서 제로페이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당국이 이번에 간편결제 사업자도 계좌를 발급·관리할 수 있게 허용함에 따라 간편결제 사업자는 은행에 이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서울시도 시청 직원들의 공무원 복지포인트 5만원 상당을 반드시 제로페이로 결제하도록 하는 등 이달 말 제로페이 공식 출범을 앞두고 다양한 제로페이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 대책을 보면 제로페이 몰아주기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라며 "제로페이 활성화 취지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카드업계를 역차별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