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카이 셰브스 와이즈만연구소 부총장(사진)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바이오업체에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지주회사인 예다(YEDA)의 회장도 맡고 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꼽힌다. 이 연구소의 기술 파생 매출은 연간 42조원에 달한다. 테바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코팍손,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가 대표적 사례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이날 국내에서 첫 콘퍼런스를 열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바이오리더스에 이전하는 혁신 항암치료 기술은 물론 면역항암제, CAR-T치료제 등 연내 이전을 검토할 핵심 기술 4개를 소개하는 자리다.
와이즈만연구소가 바이오리더스에 이전하는 기술은 암 전이를 막는 유전자인 p53에 관한 것이다. 셰브스 부총장은 “유방암 췌장암 대장암 등 대부분 암은 p53 유전자가 변이돼 발생한다”며 “우리 기술은 변이된 p53 유전자를 원상태로 되돌릴 뿐 아니라 암세포를 사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술의 시장 가치를 32조원으로 추산했다.
와이즈만연구소와 바이오리더스, 이스라엘 창업투자회사 요즈마그룹은 와이즈만연구소 안에 공동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해 p53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셰브스 부총장은 바이오리더스에 기술이전하는 이유로 우수한 인력을 꼽았다. 그는 “바이오리더스는 우리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방식의 자궁경부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연구진이 p53을 연구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와이즈만연구소가 기술 목록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셰브스 부총장은 “다국적 제약사는 와이즈만연구소 근처에 연구개발 기관을 세워 개별적으로 연구소에 접촉해 기술을 받아갔다”며 “한국 기업은 그럴 기회가 없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예다와 요즈마그룹은 추후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한국 업체들을 심사한 뒤 기술이전과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셰브스 부총장은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이 3년 전 한국에 훌륭한 바이오업체가 많은데 왜 다국적 회사에만 기술이전을 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해 한국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며 “우수 인력과 잘 갖춰진 병의원 체계, 뛰어난 연구개발 역량이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와이즈만연구소와 예다는 매년 한국에서 콘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임유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