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로 예정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에 완성차노조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기아자동차 노조와 한국GM 노조에 이어 ‘민주노총의 주축’이라 불리는 현대자동차 노조도 민주노총 총파업에 사실상 불참하기로 4일 결정했다. 완성차업계가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지난달 25일 “2시간 이상의 파업을 하자”고 결의했지만, 각 사업장 노조가 이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확대운영위원회를 열고 민주노총 총파업에 확대간부 파업 형식으로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확대간부 파업은 노조 전임자와 대의원 등 일부만 파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일반 조합원이 동참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총파업 안건에 ‘광주형 일자리 반대’도 포함돼 있어 현대차 노조가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며 “예상을 뒤엎고 불참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총파업에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아차 노조도 확대간부 파업 형식으로만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노사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며 “총파업에 참여했다가 사측에 교섭을 회피할 명분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GM 노조는 아예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공개적으로 밝힌 명분은 6~8일 예정된 노조 간부합숙 교육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노조가 섣불리 총파업에 참여했다가 그 역풍을 감당하기 힘들까 우려돼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노조는 지난해 사장실을 점거하고 쇠파이프 난동을 벌였다가 오히려 여론이 불리한 쪽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한국GM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조합원들도 아는데 집행부가 무리하게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의 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을 주도해왔다”며 “완성차업체 노조가 불참하면 총파업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 노조는 강경한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일찌감치 총파업 참여를 결정했다. 이 회사 노조는 총파업 참여와 별개로 집회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실사단이 회사로 들어오는 걸 물리적으로 막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총파업 동참 여부를 결정한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