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시국회가 공전 끝에 7일 문을 연다.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를 끝낸 지 71일 만이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 간 쟁점 현안과 민생법안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벌써부터 ‘반쪽짜리 임시국회’ 우려가 높다.
쟁점 합의없이 '국회 정상화'…민생·개혁법안 처리 '가시밭길'
71일 만의 ‘지각 국회’

3월 임시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여야가 제각기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는 기형적 방식으로 일단 정상화됐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통해 공동으로 소집 요구를 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엔 ‘따로 국밥’ 형태의 소집이다.

이날 홍영표 민주당, 나경원 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회동이 결실 없이 끝나면서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3당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개최에는 동의했지만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당사자인 손혜원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청문회 개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동 직후 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선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더 이상 여당에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며 “오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손 의원 청문회’ 개최 등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회 보이콧(거부)을 풀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빈손 복귀’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가 회군을 결정한 데는 손 의원 청문회 관철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가운데 ‘국회에 들어가서 싸우자’는 당 안팎의 의견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 입장에선 2차 미·북 정상회담과 전당대회 등 빅 이벤트가 끝난 마당에 더는 국회 소집을 미룰 명분이 없고 무엇보다 정부·여당을 공격할 각종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고민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된 만큼 대정부질문 때 정부의 외교력 부재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반기면서 이날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 성향 야당과 함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홍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며 “이달 임시국회에서 그동안 미뤘던 시급한 민생·개혁 법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7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11~14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및 대정부질문, 22일과 28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등의 세부 일정을 놓고 조율 중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각종 쟁점 사항에 대한 여야 간 합의 없이 열리는 임시국회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탄력근로 확대·최저임금 개편안 통과될 듯

3월 임시국회는 여야가 별도로 소집해 여는 만큼 주요 법안 처리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1~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은 탓에 국회에는 각종 민생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최저임금 결정을 이원화하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 등이 가장 시급한 법안으로 꼽힌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개정안은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달 19일 합의한 사안이다.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의 경우 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가 오는 5월에 시작되는 만큼 이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안과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전부개정안은 야당이 “대기업을 정밀 폭격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3월 국회에서 처리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안) 처리는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과 야 3당은 지난해 12월 교육위원회에서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이에 한국당은 “사재를 들여 유치원을 설립한 교육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 개혁 관련 법안 논의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배정철/김소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