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北 중재 '속도전'…"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美와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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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NSC 주재
문 대통령 "급선무는 美·北 대화궤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
정경두 "3월 남북군사회담 추진…9·19 군사합의 이행안 마련"
강경화 "남·북·미 1.5트랙 추진…실질적 중재안 마련할 것"
문 대통령 "급선무는 美·北 대화궤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
정경두 "3월 남북군사회담 추진…9·19 군사합의 이행안 마련"
강경화 "남·북·미 1.5트랙 추진…실질적 중재안 마련할 것"
정부가 ‘노딜’로 끝난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재차 속도를 붙이기 위해 국방, 통일, 외교 등 부처별로 동시다발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9개월 만에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미 모두 대화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인내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위기감을 높였다. 그러면서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딜’ 만회 위해 전방위 대책 마련
외교·안보 분야 참모들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과 대응책을 보고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미 간 실질적 중재안을 마련하고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스웨덴에서 이뤄진 남·북·미 회동 경험을 바탕으로 ‘1.5트랙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강 장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심 쟁점이 ‘영변+α 대(對)제재 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연락사무소, 종전선언 등에 사실상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는 ‘영변+α 대제재 해제’라는 핵심 쟁점에만 협상이 집중될 것이란 설명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재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에 나서겠다”고 보고했다. 제재 틀 안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북 간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북한이 이번 회담 이후 ‘대미-대남’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우려처럼 북한이 협상 궤도를 벗어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 차원에서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달 내 남북 군사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노이 회담이 결실 없이 일단락됐지만 지난 ‘9·19 군사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후방 지원에 나섰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 “우리 역할 더욱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결과는 아쉽지만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한풀 꺾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또 “대화의 공백이나 교착이 오래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장 차를 좁힐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노이 핵담판을 앞두고 한껏 달아올랐던 비핵화 논의가 조기에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만나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중재자로서 자칫 지지부진해질 수 있는 미·북 정상 간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것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인 작년 6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던 것과 달리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결과에 대해 매우 아쉽다”며 모두발언을 시작한 것 역시 확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재자 역할 北에 치우치나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의 갑작스러운 결렬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이날 회의에서 낙관적인 평가를 연이어 내놨다. 합의가 불발됐지만 양국이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긴장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이번 핵담판의 결렬 원인으로 꼽히는 비핵화 수준에 대해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논의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북한은)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며 회담 결렬 이유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거리감이 있는 진단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스몰딜’로 중재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간의 흐름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의 내용을 담는 두 정상 간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핑크빛 전망을 제시했던 청와대가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안보 부처가 더 긴밀히 소통해 한반도 정세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재원/김채연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9개월 만에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미 모두 대화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인내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위기감을 높였다. 그러면서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딜’ 만회 위해 전방위 대책 마련
외교·안보 분야 참모들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과 대응책을 보고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미 간 실질적 중재안을 마련하고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스웨덴에서 이뤄진 남·북·미 회동 경험을 바탕으로 ‘1.5트랙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강 장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심 쟁점이 ‘영변+α 대(對)제재 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연락사무소, 종전선언 등에 사실상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는 ‘영변+α 대제재 해제’라는 핵심 쟁점에만 협상이 집중될 것이란 설명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재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에 나서겠다”고 보고했다. 제재 틀 안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북 간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북한이 이번 회담 이후 ‘대미-대남’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우려처럼 북한이 협상 궤도를 벗어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 차원에서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달 내 남북 군사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노이 회담이 결실 없이 일단락됐지만 지난 ‘9·19 군사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후방 지원에 나섰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 “우리 역할 더욱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결과는 아쉽지만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한풀 꺾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또 “대화의 공백이나 교착이 오래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장 차를 좁힐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노이 핵담판을 앞두고 한껏 달아올랐던 비핵화 논의가 조기에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만나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중재자로서 자칫 지지부진해질 수 있는 미·북 정상 간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것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인 작년 6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던 것과 달리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결과에 대해 매우 아쉽다”며 모두발언을 시작한 것 역시 확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재자 역할 北에 치우치나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의 갑작스러운 결렬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이날 회의에서 낙관적인 평가를 연이어 내놨다. 합의가 불발됐지만 양국이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긴장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이번 핵담판의 결렬 원인으로 꼽히는 비핵화 수준에 대해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논의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북한은)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며 회담 결렬 이유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거리감이 있는 진단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스몰딜’로 중재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간의 흐름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의 내용을 담는 두 정상 간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핑크빛 전망을 제시했던 청와대가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안보 부처가 더 긴밀히 소통해 한반도 정세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재원/김채연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