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인희 고문 보낸 지 한달 만
조 전 이사장은 지난 1월 30일 별세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남편이다. 부인을 보낸 지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매형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모부다.
4일 장례식장이 차려진 삼성서울병원에는 삼성가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재현 CJ 회장이 가장 먼저 조문했고, 이어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조 전 이사장은 한양 조씨 일문 조범석가(家)의 3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인 조범석 씨는 대구금융조합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조씨 가문은 해방 이후 박사만 14명을 배출하는 등 경북 일대의 명문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이사장은 경북대 의대(옛 대구의전)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원에서 소아과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병원 근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료계 활동을 시작했다.
조 전 이사장은 삼성가 맏사위가 됐지만 끝까지 의료인 한길만을 걸어온 의사였다. 그는 고려병원을 개원하고 의료진을 만나는 자리마다 “환자를 당신 가족 중의 어느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저들의 입장에 서서 진료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결혼 후 고려병원 원장 및 이사장을 지냈다. 병원협회장과 아시아병원연맹 회장을 지내는 등 국내 의료계 발전에 평생을 바쳤다. 한솔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이사장은 모교인 경북대에도 많은 지원을 했다. 그는 경북대 총동창회장과 의과대학 총동창회장을 맡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자신의 호를 딴 효석(曉石)장학회를 설립해 경북대 후배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조 전 이사장은 1948년 11월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소개로 이 고문을 아내로 맞았다. 박 전 의장은 이건희 회장의 모친인 고(故) 박두을 여사의 조카다.
조 전 이사장은 이 고문과의 만남에 대해 “처음 만난 날 함께 극장에 갔는데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아내가 먼저 팔을 살짝 잡고 나를 이끌어 줬다”며 “그때부터 아내는 삼성가 장녀답게 리더십도 있었고 사업가로서의 재능도 탁월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고인은 슬하에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조옥형 씨, 조자형 씨 등 3남2녀를 뒀다. 발인은 6일 오전 8시30분이다. 장지는 강원 원주시 지정면의 가족 묘역이다.
김진수/이우상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