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생산, 고용,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극심한 부진에 빠진 데다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마저 3개월째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저점(低點)에서 장기간 머무는 ‘L자형 침체’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다르다. 지난 1월 기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74개월) 경기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에 이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일자리 호황으로 유효구인배율(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 배율)도 44년 만에 최고치인 1.64배(2017년 11월)에 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두 나라 상황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손꼽히는 ‘성장 모범국가’였던 반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우울한 신조어가 쏟아지던 나라였다. 이런 일본이 극적 반전을 이룬 것은 변화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적극적인 친(親)시장·친기업 정책 덕분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이후 규제개혁과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 활성화’ 조치들을 잇따라 내놨다. 감세, 수도권 규제 완화, 신(新)산업 규제 철폐 등을 꾸준히 펼친 결과가 일본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역동적인 경제 활력이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듯, 규제 혁파와 신산업 육성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기득권 반발을 의식해 규제 혁파에 시늉만 낸 역대 정부 모두의 잘못이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급속 인상 등 친노조·반기업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책임이 적지 않다. 한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죽이는 데 정부의 정책 의지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