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참여 예상 크게 밑돌아…정부 강경대응·학부모 반발 '부담'
정부·정치권에도 비판 목소리…"공교육 강화 근본대책 절실"
한유총 싸늘한 여론에 '백기'…유치원3법 처리 탄력받나
정부와 대립하며 '사립유치원 총파업'에 해당하는 '개학연기 투쟁'까지 벌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4일 투쟁을 조건 없이 접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감사결과가 공개된 뒤 정부가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을 내놓자 이에 유치원들이 반발하면서 불거진 '사립유치원 사태'는 당분간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강대강'으로 맞서던 한유총이 '무조건 투쟁철회'를 선언한 첫 번째 이유는 개학연기 동참률이 예상을 훨씬 밑돌면서 주장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한 방식은 용납할 수 없다는 싸늘한 여론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개학연기에 동참한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239곳으로 전체 사립유치원(3천875곳)의 6.2%, 한유총 회원(3천318곳)의 7.2%에 그쳤다.

앞서 한유총이 예상한 1천533곳에 견줘 '초라한' 수준이다.

더구나 개학연기 동참 유치원 92.5%가 자체돌봄은 제공했다.

교육계에서는 유아들이 갈 곳을 잃는 '보육대란'이 실제로 발생하면 개별 유치원 차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부모들이 '직접행동'에 나선 점도 한유총에 큰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학부모들은 전날 수지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유총의 개학연기 방침을 규탄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설립한 유치원 학부모들은 개학연기를 철회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소송인단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습적인 개학연기는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한유총을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준비 중이다.
한유총 싸늘한 여론에 '백기'…유치원3법 처리 탄력받나
정부가 전방위 압박을 끝까지 고수한 점도 한유총 백기투항 이유로 꼽힌다.

2017년 한유총이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로 향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수립에 반발해 집단휴업을 추진했을 때는 사실상 교육 당국만 대응했다.

당시 집단휴업 계획은 교육 당국이 국회의원 중재로 대화에 나서 한유총이 요구하는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뒤 철회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 같은 이른바 '권력기관'까지 총동원됐다.

앞서 공정위는 한유총이 소속 유치원에 집단행동을 강요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즉각 조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날 교육부가 개학연기를 사용자단체의 불법 단체행동으로 보고 이를 공정위에 신고함에 따라 곧 공정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교육부가 한유총을 고발하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

한유총은 이미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 등으로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하면서 사단법인으로서 지위는 물론 사립유치원을 대표한다는 '대표성'마저 완전히 상실하게 된 점도 한유총에 큰 타격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은 개학연기 중단방침과 상관없이 한유총 설립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한유총 싸늘한 여론에 '백기'…유치원3법 처리 탄력받나
정부에 대한 시각 또한 그리 곱지 않다.

강경 대응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사립유치원 집단행동의 근본 원인이 공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 맡겨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유총이 주장하는 '사유재산 인정'까지는 아니어도 유치원 운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설립할 때 재산을 투입한 유치원 설립자가 보상을 가져가도 되는지 논의가 사전에 없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애초 사립유치원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쓰지 않아도 됐던 것은 정부가 만든 시행령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의 핵심인 '유치원 3법'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유총이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잃기만 하고 오히려 '유치원 3법' 처리에 동력을 불어넣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