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영변시설 폐기가 불가역 비핵화"…北美중재 가속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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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기준' 판단…단계적 비핵화 인식인 듯
'+α' 요구 美 설득이 관건…북미 간 부분 제재해제 논의도 긍정평가
"제재틀 속 남북관계 발전 모색"…남북 훈풍으로 북미협상 추동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에 속도를 내기 위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역에 더욱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하노이 담판이 빈손 종료됐지만, 북미 모두 협상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협상 동력의 불씨를 하루속히 되 지펴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미회담이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오랜 대화교착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그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북미 정상 간에 논의됐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대목이다.
특히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는 언급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제재 완화의 전제 조건과 맞물려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작년 10월 유럽 순방 당시 잇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제재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발언을 떠올려보면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비핵화로 이미 상정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영변 핵 폐기'를 주장하는 북한과 여기에 '+α(플러스알파)'를 요구하는 미국의 충돌 지점을 중재하는 데 문 대통령의 초점이 맞춰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NSC 회의에서 북미 간 핵심 쟁점이 '영변+α 대 제재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이 점이 북미협상의 토대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영변 핵시설 전면 폐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물음표로 남는다.
핵심시설이긴 하지만 영변만을 폐기하는 것은 100% 가까운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만으로도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불가역의 중대 이정표가 서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이런 인식에는 비핵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깔렸다고 할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영변+∝'는 모든 것"이라며 "문 대통령 말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영변을 폐기하면 그게 (전체 비핵화의) 70%든 80%든 그때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영변+α'가 핵심 쟁점으로 확인되긴 했지만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중재가 쉽지 않은 지점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경제제재 해제 문제가 논의된 것은 1차 회담 때 합의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북미가 북한에 미국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논의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핵 물질이 폐기될 때 미국 전문가와 검증단이 활동할 공간이 생기는 실용적 계기"라며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회담 평가를 종합하면 북미 양측 요구가 상당 부분 베일을 벗은 만큼 중재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강경화 장관이 1월 스웨덴 남북미 협상을 예시하며 '1.5트랙 남북미 대화'를 언급한 점은 정부가 발 빠른 후속 조치에 착수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보기 드문 정상회담 결렬의 충격이 간단치 않다고 보고 중재의 속도 못지않게 정교함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관계 장관들에게 "양측의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것을 좁힐 방안을 모색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은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제재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이다.
이는 북미 대화와는 별도로 남북대화의 끈을 긴밀히 유지하면서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비핵화 중재역에 힘을 싣는 동시에 남북협력사업을 통해 북미협상을 추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하루 뒤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완전한 비핵화 합의 이전이라도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북한은 물론 미국과도 더욱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필요한 장비의 대북 반출과 관련한 제재를 면제하기로 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증거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초청간담회에서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나기도 했지만, 금강산·개성공단 카드로 북한이 비핵화를 내줄 가능성은 생각보다 적다"며 "금강산·개성공단 문제를 비핵화와 연동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한국은 미국 정부와 협상해 이 문제를 제재 외의 영역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α' 요구 美 설득이 관건…북미 간 부분 제재해제 논의도 긍정평가
"제재틀 속 남북관계 발전 모색"…남북 훈풍으로 북미협상 추동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에 속도를 내기 위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역에 더욱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하노이 담판이 빈손 종료됐지만, 북미 모두 협상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협상 동력의 불씨를 하루속히 되 지펴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미회담이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오랜 대화교착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그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북미 정상 간에 논의됐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대목이다.
특히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는 언급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제재 완화의 전제 조건과 맞물려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작년 10월 유럽 순방 당시 잇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제재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발언을 떠올려보면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비핵화로 이미 상정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영변 핵 폐기'를 주장하는 북한과 여기에 '+α(플러스알파)'를 요구하는 미국의 충돌 지점을 중재하는 데 문 대통령의 초점이 맞춰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NSC 회의에서 북미 간 핵심 쟁점이 '영변+α 대 제재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이 점이 북미협상의 토대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영변 핵시설 전면 폐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물음표로 남는다.
핵심시설이긴 하지만 영변만을 폐기하는 것은 100% 가까운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만으로도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불가역의 중대 이정표가 서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이런 인식에는 비핵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깔렸다고 할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영변+∝'는 모든 것"이라며 "문 대통령 말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영변을 폐기하면 그게 (전체 비핵화의) 70%든 80%든 그때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영변+α'가 핵심 쟁점으로 확인되긴 했지만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중재가 쉽지 않은 지점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경제제재 해제 문제가 논의된 것은 1차 회담 때 합의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북미가 북한에 미국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논의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핵 물질이 폐기될 때 미국 전문가와 검증단이 활동할 공간이 생기는 실용적 계기"라며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회담 평가를 종합하면 북미 양측 요구가 상당 부분 베일을 벗은 만큼 중재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강경화 장관이 1월 스웨덴 남북미 협상을 예시하며 '1.5트랙 남북미 대화'를 언급한 점은 정부가 발 빠른 후속 조치에 착수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보기 드문 정상회담 결렬의 충격이 간단치 않다고 보고 중재의 속도 못지않게 정교함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관계 장관들에게 "양측의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것을 좁힐 방안을 모색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은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제재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이다.
이는 북미 대화와는 별도로 남북대화의 끈을 긴밀히 유지하면서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비핵화 중재역에 힘을 싣는 동시에 남북협력사업을 통해 북미협상을 추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하루 뒤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완전한 비핵화 합의 이전이라도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북한은 물론 미국과도 더욱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필요한 장비의 대북 반출과 관련한 제재를 면제하기로 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증거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초청간담회에서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나기도 했지만, 금강산·개성공단 카드로 북한이 비핵화를 내줄 가능성은 생각보다 적다"며 "금강산·개성공단 문제를 비핵화와 연동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한국은 미국 정부와 협상해 이 문제를 제재 외의 영역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