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해를 보기 어려운 흐릿한 날씨에 시민들은 우울감까지 호소한다.
5일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91㎍/㎥, 초미세먼지 농도는 140㎍/㎥를 기록했다.
수도권에 5일 연속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만큼 미세먼지의 '공습'이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 짜증과 분노를 넘어 무력감까지 느낀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진 모(26) 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비염 때문에 숨쉬기 불편해 마음도 덩달아 울적해진다"며 "학원 수업 때문에 매일 아침 밖에 나올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출근길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에서 만난 장 모(32) 씨는 "날씨가 풀렸어도 매일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흐리고 공기도 매캐해서 봄이 봄 같지 않다"며 "요새는 거의 매일 두통에 시달리고 의욕도 없다"고 불평했다.
종로5가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최 모(33) 씨는 "우울감을 느낄 정도까진 아니지만 매일 아침 뿌연 하늘을 볼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오른다"며 "마스크를 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 무력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윤 모(24) 씨는 "취업준비생이라 삶의 낙이 많지 않다.
유일한 취미가 집 앞 산책하면서 하늘을 보는 것이었다"며 "최근에는 하늘이 파랗지도 않고 흐릿해서 괜히 우울감만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회사원 김 모(27) 씨는 "원래 겨울이 지나면 일조량이 늘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요새는 그런 것 같지도 않다"며 "날씨가 풀리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곤 했는데 요새는 바깥에 오래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미세먼지로 인한 울적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미세먼지 때문에 나가도 숨쉬기 힘들고 나가지도 못하고 진짜 우울해진다"며 "온종일 화만 난다.
이러다 우울증 걸리면 어떡하지"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하늘은 회색이고 진짜 평소보다 엄청 우울해진다"며 "기분이 그냥 안 좋다"고 호소했다.
한 SNS 이용자는 "아이가 어리고 호흡기가 약하다 보니 외출을 안 하게 된다"면서 "부쩍 기운이 없고 예민해지는데 육아 우울증인지 미세먼지 우울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계절성 우울증 인가 싶었는데 이건 누가 뭐래도 미세먼지 우울증 같다"며 "일조량도 관련 있고 건강에 영향이 있다는 불안감도 겹쳐서 미세먼지 낀 하늘 아래 산다는 우울감이 요즘 나를 지배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햇빛이 부족한 만큼 실내 밝기를 높이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햇볕을 쬐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이 활성화된다"면서 "미세먼지로 인해 빛의 양이 적어지면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미세먼지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무력감, 절망감, 무기력증을 줄 수 있다"며 "조도를 높이고 실내를 꾸며 실내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명우재 교수는 "미세먼지 장기간 노출이 치매 위험, 자살률, 우울 증상 증가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며 "미세먼지 흡입으로 발생한 물질이 뇌로 들어가 교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이 충동적으로 변해 우울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명 교수는 "단, 미세먼지가 일조량에 영향을 줘서 우울증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규칙적 생활이 망가지면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실내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