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 "장자연 접대, 다 봤는데…" 10년 만에 실명 고백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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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 "10년 전 경찰 조사 부실…왜 이런 질문을 하나"
장자연이 만든 문건 주목…"어쩌면 그걸 갖고 싸우려 했는지 몰라"
장자연이 만든 문건 주목…"어쩌면 그걸 갖고 싸우려 했는지 몰라"
윤지오가 동료배우 장자연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윤지오는 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윤지오는 장자연이 세상을 떠난 2009년, 검찰과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2월 JTBC '뉴스룸'과 MBC 'PD수첩'을 통해 익명으로 사건에 대한 증언을 한 인물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실명과 얼굴을 모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장자연이 "나는 힘없는 신인 여배우"라며 "성접대를 강요당했다"고 폭로하는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을 지칭한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렸던 명단엔 국내 대기업 회장들과 유명 언론사 사주, 기자와 PD 등이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최근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장자연이 숨지기 전 이부진 사장 명의 휴대전화로 30번 넘게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통화목록이 발견됐음에도 경찰과 검찰은 임 전 고문을 단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부실수사' 의혹을 부추겼다.
윤지오도 '뉴스공장'에서 "경찰 조사 시간도 매일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까지 이뤄졌고, 조사 내용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윤지오가 참고인 신분에도 새벽에 조사를 받았다는 것에 진행자 김어준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지오는 "혼자 한국에서 생활했고, 갓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그런 공간에 가는 게 처음이라 원래 그 시간대에 진행되는 줄 알았다"면서 "한 번도 왜 이 시간에 진행하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 당시엔 그게 당연한가보다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윤지오는 참고인 조사만 13차례 받았다. 조사가 반복됐지만 "한 언론사에 근무한 적이 있던 전직 기자인 조모 씨가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성추행 하는 걸 직접 봤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윤지오는 "내 기억 속 인물은 한 번도 번복된 적이 없다"며 "그런데 21살인 내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뤄졌고, 경찰이 지목하라고 보여준 사진 속에도 조 씨가 없어서 지목하지 못했다. 제 진술이 엇갈린 게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이다. 내 머릿 속 인물은 항상 동일했는데, 경찰이 제시한 자료만 보다보니 헷갈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수사 과정에 받았던 질문에 대해서도 "제가 느끼기에 '이게 왜 중요한가' 싶은 것들을 물었다"며 "무슨 구두를 신었나 이런 질문을 하고, 늦은 시간에 반복해서 저런 질문을 하니까 '대체 뭘 확인하려 하는건가' 의구심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또 "전 목격자 입장인데, 진술할 때 옆에 가해자가 있었고, 제가 진술할 때 비웃으며 심리적인 압박감을 줬다"며 "그 좁은 공간에 모든 수사관이 남자분이셨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증언을 이어갔던 게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무엇보다 13번이나 증언을 했지만, 관련자들의 처벌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윤지오는 분개했다. "진술을 한 후 잃은 게 더 많았다"며 "그럼에도 관련자들은 대표 한 사람 빼고는 처벌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윤지오는 "어린 나이라서 캐스팅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몇 년 후에 감독님에게 직접적으로 '사건 증언을 한 걸로 알아서 캐스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히며 부당함을 제기했다.
국민청원을 통해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윤지오는 민청원이 없었더라면 재수사 착수하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그냥 덮여지고 묻어졌을 사건인데 국민청원으로 인해 다시 재수사를 착수할 수 있게 되어 국민청원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자연이 문건을 만든 목적에 주목했으면 한다"며 "이건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쓰여진 것처럼 상세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 위해 작성됐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걸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걸 갖고 싸우려 했는지 모르겠다"며 "난 위약금을 물고 그 기획사에서 나온 상황이었고 언니는 그렇지 못해 기획사를 나오기 위한 문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쓴 문건이지 않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윤지오는 장자연과 관련된 사건, 그후 조사를 받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담아 책을 집필 중이다. 책 제목도 '13번째'라고 지었다.
윤지오는 "나에게 10년이란 시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며 "저는 숨어 살기 급급했는데, 저같은 피해를 겪은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윤지오는 고 장자연과 함께 KBS 2TV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MBC '선덕여왕', KBS 2TV '드라마 스페셜-사백년의 꿈'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 연기 활동을 접고 캐나다에서 생활해 왔다.
또 "가해자가 움츠려 들고 본인의 죄의식 속에 살아야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이젠 바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서 용기를 내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윤지오는 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윤지오는 장자연이 세상을 떠난 2009년, 검찰과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2월 JTBC '뉴스룸'과 MBC 'PD수첩'을 통해 익명으로 사건에 대한 증언을 한 인물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실명과 얼굴을 모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장자연이 "나는 힘없는 신인 여배우"라며 "성접대를 강요당했다"고 폭로하는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을 지칭한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렸던 명단엔 국내 대기업 회장들과 유명 언론사 사주, 기자와 PD 등이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최근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장자연이 숨지기 전 이부진 사장 명의 휴대전화로 30번 넘게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통화목록이 발견됐음에도 경찰과 검찰은 임 전 고문을 단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부실수사' 의혹을 부추겼다.
윤지오도 '뉴스공장'에서 "경찰 조사 시간도 매일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까지 이뤄졌고, 조사 내용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윤지오가 참고인 신분에도 새벽에 조사를 받았다는 것에 진행자 김어준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지오는 "혼자 한국에서 생활했고, 갓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그런 공간에 가는 게 처음이라 원래 그 시간대에 진행되는 줄 알았다"면서 "한 번도 왜 이 시간에 진행하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 당시엔 그게 당연한가보다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윤지오는 참고인 조사만 13차례 받았다. 조사가 반복됐지만 "한 언론사에 근무한 적이 있던 전직 기자인 조모 씨가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성추행 하는 걸 직접 봤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윤지오는 "내 기억 속 인물은 한 번도 번복된 적이 없다"며 "그런데 21살인 내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뤄졌고, 경찰이 지목하라고 보여준 사진 속에도 조 씨가 없어서 지목하지 못했다. 제 진술이 엇갈린 게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이다. 내 머릿 속 인물은 항상 동일했는데, 경찰이 제시한 자료만 보다보니 헷갈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수사 과정에 받았던 질문에 대해서도 "제가 느끼기에 '이게 왜 중요한가' 싶은 것들을 물었다"며 "무슨 구두를 신었나 이런 질문을 하고, 늦은 시간에 반복해서 저런 질문을 하니까 '대체 뭘 확인하려 하는건가' 의구심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또 "전 목격자 입장인데, 진술할 때 옆에 가해자가 있었고, 제가 진술할 때 비웃으며 심리적인 압박감을 줬다"며 "그 좁은 공간에 모든 수사관이 남자분이셨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증언을 이어갔던 게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무엇보다 13번이나 증언을 했지만, 관련자들의 처벌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윤지오는 분개했다. "진술을 한 후 잃은 게 더 많았다"며 "그럼에도 관련자들은 대표 한 사람 빼고는 처벌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윤지오는 "어린 나이라서 캐스팅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몇 년 후에 감독님에게 직접적으로 '사건 증언을 한 걸로 알아서 캐스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히며 부당함을 제기했다.
국민청원을 통해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윤지오는 민청원이 없었더라면 재수사 착수하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그냥 덮여지고 묻어졌을 사건인데 국민청원으로 인해 다시 재수사를 착수할 수 있게 되어 국민청원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자연이 문건을 만든 목적에 주목했으면 한다"며 "이건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쓰여진 것처럼 상세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 위해 작성됐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걸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걸 갖고 싸우려 했는지 모르겠다"며 "난 위약금을 물고 그 기획사에서 나온 상황이었고 언니는 그렇지 못해 기획사를 나오기 위한 문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쓴 문건이지 않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윤지오는 장자연과 관련된 사건, 그후 조사를 받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담아 책을 집필 중이다. 책 제목도 '13번째'라고 지었다.
윤지오는 "나에게 10년이란 시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며 "저는 숨어 살기 급급했는데, 저같은 피해를 겪은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윤지오는 고 장자연과 함께 KBS 2TV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MBC '선덕여왕', KBS 2TV '드라마 스페셜-사백년의 꿈'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 연기 활동을 접고 캐나다에서 생활해 왔다.
또 "가해자가 움츠려 들고 본인의 죄의식 속에 살아야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이젠 바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서 용기를 내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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