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관리들이 정신적으로 태만하고 무능력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말 중앙 및 지방정부 고위관리들이 참석한 공산당 중앙당교 세미나에서 경제가 부진한 상황을 놓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경제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되면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종국에는 공산당 위상도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 주석은 중앙당교 세미나 1주일 전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과 전국 각 성(省)의 당서기 및 성장, 중앙부처 장·차관과 고위장성 등 당·정·군의 핵심 간부 수백 명을 긴급 소집했다. 시 주석은 그때도 ‘위험’이라는 표현을 21차례나 써가며 간부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확산하는 중국 경제 위기론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6%였다. 외견상 나빠보이지 않는 성장률이지만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성장률이 1990년(3.9%) 이후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데다 이제부터 성장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위기관리 능력과 자생력을 앞세워 앞으로도 상당 기간 6%대의 중속(中速)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 내부 전문가들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연구기관들은 ‘차이나 리스크’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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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연구소의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는 일부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견고한 편”이라며 “5% 성장만 유지하더라도 6500억달러 규모로 스위스만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국 연구소 관계자도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에다 재정도 충분하다”며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등을 통해 위기를 통제해 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경제 위기론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중 통상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데다 기업부채 등 중국 경제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탓에 6%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민심도 동요하고 있다.

중국 경제 위기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주기적으로 터져나왔다. 2015년 25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불거졌었다. 그 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위기설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이번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엔 높은 성장률로 위기 요인을 덮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작년 하반기부터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하고 있다. 중국 밖에서는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위기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작년 12월부터 3개월 연속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을 밑돌고 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2017년 7.2%에서 지난해 5.8%로 뚝 떨어졌다. 자동차와 휴대폰 판매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시진핑의 ‘3대 회색 코뿔소’ 경고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위기론이 제기되는 3대 회색 코뿔소로 기업 부채와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을 꼽는다. 회색 코뿔소는 뻔히 보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위험을 뜻한다.시 주석은 올 들어 회의 때마다 회색 코뿔소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추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의 기업 부채비율은 160%에 육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에 파괴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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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금융 문제도 심각하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시스템이 아닌, 제2금융권 등에서 이뤄져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기업대출을 가리킨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업계에선 2008년 3조8000억위안에서 작년 3분기 24조6000억위안으로 6.5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림자 금융으로 흘러간 자금은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고 지방정부의 부채도 가중시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면 일자리 문제와 도시와 농촌 간 소득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이로 인해 체제 안정성마저 위협받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