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단기 과열단계 진입…韓 등 신흥국채권 투자 매력 높아"
“올 들어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이 강세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연간 기대수익률을 감안할 때 단기 과열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최근 방한한 로저 얼리 맥쿼리투신운용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반등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2월 미국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11.1% 상승했다. 매년 첫 2개월 기준으로 1991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얼리 CIO는 미국 중앙은행(Fed), 페더럴운용, 차트웰투자파트너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맥쿼리투신운용에서 일하고 있다. 1984년부터 30년 이상 글로벌 채권을 운용해왔다. 그는 올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지표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통화정책에서도 인내심을 갖겠다’고 거듭 발언하는 것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25~2.50%에서 동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연초 글로벌 증시는 Fed의 움직임에 환호하며 랠리를 이어왔다.

하지만 작년 말 급락장을 불러왔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게 얼리 CIO의 견해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를 포장해야 한다”며 “중국이 취약한 입장에서 협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선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법인세 감세 효과와 기업실적 개선 폭도 점점 줄고 있다”며 “증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은 2018년이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와 2년물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수익률 곡선) 역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봤다. 현재 장단기 금리차는 20bp(1bp=0.01%포인트) 안쪽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 대부분 경기침체나 금융위기가 닥친 경우가 많았다.

얼리 CIO는 “경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 하강을 예측하는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며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충분히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난 뒤 실제로 경기 하강이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편차가 있지만 2020년 이후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가격 편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얼리 CIO는 선진국 채권보다 신흥국 채권의 투자매력이 더 높다고 봤다. 그는 “올해 신흥국 채권이 수익률을 만회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여전히 선진국 채권에 비해 저평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채권 중에서도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보다는 한국처럼 기초산업이 탄탄한 국가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 건전성이 높으면서도 상당히 저평가된 국가”라고 말했다.

해외 고수익·고위험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의 투자 매력도는 연초에 비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BB+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로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선순위 담보 하이일드 채권에 분산 투자한다. 얼리 CIO는 “연간 기대수익률에 비춰봤을 때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높지 않다”며 “현재 시점에서 투자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