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호 판사. 사진=연합뉴스
성창호 판사.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권순일 현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 등은 기소명단에서 빠진 대신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시킨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범죄 혐의는 없지만 공무원으로 부적절한 비위행위를 한 의혹이 있는 법관 66명의 명단도 대법원에 통보했다.
김경수 법정구속한 성창호 '사법농단'으로 기소
“추가 증거 땐 기소자 늘어날 수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임성근·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성창호·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 8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전직 법관 2명도 비슷한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을 맡던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판사비리 사건으로 비화되자 검찰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신광렬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 등과 공모해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성 부장판사와 조 부장판사는 이미 작년 9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김 지사 재판과 무관한 기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1월 성 부장판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에 대한 검찰의 ‘보복성 기소’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민걸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하고 정치권 재판청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루된 정치인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면서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청탁 관여에 연루됐던 정치인과 같은 당 소속”이라고 밝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임을 암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만큼 추가 증거가 확보되면 기소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현직 대법관 기소명단에 빠져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기소 명단에서 빠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가 구속기소됐기 때문에 나머지 범죄에 ‘수동적’으로 관여한 법관들에 대한 기소는 최소화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임 기간 초기 이들이 중간 보고라인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재판 개입이나 비판적 판사에 대한 인사보복(판사블랙리스트) 혐의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수사의 진실 규명에 기여한 상황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비위통보 대상엔 권순일 대법관 등 전·현직 고위법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대법관으로서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법관의 비위의혹에 대한 상세한 수사기록은 빠짐없이 모두 대법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수사자료를 검토하고, 의혹 당사자를 직접 조사하는 ‘인적조사’를 벌여 징계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보석 청구를 기각,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계속 재판을 받게 됐다. 첫 재판은 오는 25일 열린다.

안대규/신연수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