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제약·바이오업계의 골목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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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논설위원
![[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제약·바이오업계의 골목대장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3/07.14212990.1.jpg)
요동치는 글로벌 업계 판도
세계 14위 일라이릴리는 1월 말 항암제 개발 바이오업체인 록소온콜로지를 80억달러(약 9조32억원)에 사들였고, 세계 2위 로슈는 지난달 초 유전자치료제 개발 업체인 스파크세러퓨틱스를 48억달러(약 5조4072억원)에 인수했다.
일본 제약사들의 ‘몸집 불리기’도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19위 제약사인 다케다는 작년 12월 620억달러(약 69조8430억원)를 들여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업체인 샤이어(세계 28위)를 인수했다. 세계 제약업계 M&A 역대 3위이자 일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다케다는 샤이어 인수로 단번에 세계 8위 제약사로 도약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주요 제약사가 잇따라 신약후보 물질들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하고 있지만 M&A 없이는 신약 자체 개발 및 판매를 아우르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기에 역부족이다. 연간 매출 1조원대로 국내에선 ‘초우량 제약사’로 불리는 유한양행의 세계 시장 순위는 80위권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 구조도 취약하다. 대형 제약사의 매출 40~50%는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국내 판매 대행이나 음료, 화장품 등 비(非)의약품 판매에서 나온다. 대형화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규모와 영업 구조로는 글로벌 업체 도약은커녕 향후 자체 생존도 장담하기 어렵다.
'M&A 무풍지대' 국내 시장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안정적인 내수시장에서 ‘나눠먹기’에 익숙한 탓에 경영권 상실이 두려운 M&A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신약기술 수출이 많아져도 글로벌 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원재료(신약후보 물질)를 공급하는 하청업체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국내 제약사들이 ‘골목대장’에 안주할수록 글로벌 제약사의 꿈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