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는 작년 한 해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안으로는 주요 거래처인 자동차·조선 등의 부진으로 내수 판매가 위축됐고 밖으로는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의 수입 규제 공격을 받았다. 이 여파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25.0%, 14.5% 줄었다. 철강 수출도 2017년 19.9% 증가에서 작년 0.7% 감소로 뚝 떨어졌다.

"수출 급감하는데 전기료까지 올린다니"…철강·석유업계 '울상'
올해는 한 가지 걱정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산업용 심야 시간 전기요금을 최대 10%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9시에 적용하는 경부하 요금을 10% 또는 5% 올리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신 10% 올리는 1안 때는 낮, 저녁 시간(최대부하, 중간부하) 요금을 5% 낮춘다. 5% 높이는 2안은 낮, 저녁 시간 요금을 2.5% 내린다.

최대·중간 부하 요금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전체적으로 전기료 부담이 는다. 심야 시간 전기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1안 시행 시 대기업은 0.6%, 중기업은 0.3% 전기료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관계자는 “인상폭이 0%대 중반에 그쳐 감내할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특히 심야에 집중적으로 공장을 돌리는 철강, 석유정제 등 업종은 그 이상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전기 사용량 중 경부하 시간 사용량 비중을 보면 철강이 포함된 1차 금속은 56.0%, 석유정제는 52.2%,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부품 등은 50.3%다. 업계 전체 평균(46.6%)을 크게 웃돈다. 철강 업종은 1안 시행 때 전기요금이 평균 1.0%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1조1000억원 정도 전기료를 내는 현대제철은 약 110억원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전기료까지 오르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경부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산업 지원책이라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수출이 급감하는 석유업계도 전기료 조정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석유정제업계 한 관계자는 “심야 전기요금이 많이 낮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타이밍이 안 좋다”고 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지난달 각각 14.0%, 14.3% 쪼그라들었다.

경부하 요금이 10% 오르면 낮 시간에 전기 사용이 몰려 전력 수급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정부가 가장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는 탈(脫)원전 정책을 펼쳐 이런 우려가 더 크다. 작년 여름엔 원전 가동률 저하와 폭염이 겹치면서 전력 예비율이 적정 수준(15%)보다 낮은 7%대까지 떨어졌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제도를 개편하려면 탈원전 정책부터 수정해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업계의 의견을 더 많이 들은 뒤 확정할 것”이라며 “심야 시간 요금은 한전의 원가보다 절반 가까이 낮기 때문에 경부하 요금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