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에서 판매중인 남성용 레깅스 [사진=티몬]
티몬에서 판매중인 남성용 레깅스 [사진=티몬]
서울 성수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33)는 3년 전부터 퇴근 후 전문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10년 전 사뒀던 낡은 운동복을 입었지만 멋진 애슬레저 룩을 입고 지도하는 강사가 멋지게 보인 이후 비슷한 제품을 구입했다. 김 씨는 "애슬레저 룩을 입고 운동하니 자신감도 생기고 헬스장도 꾸준히 나오게 된다"며 "다양한 제품을 더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레깅스를 입는 남성들이 최근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강미를 뽐내기에도 좋고 일상생활에서도 활용이 가능해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6일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AK몰에 따르면 2015~2017년 남성 애슬레저룩 매출은 평균 9.3% 성장했고, 이 중 남성 레깅스 매출이 25%, 트레이닝복은 30%, 캐주얼 운동화는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시 2017년에 비해 남성 애슬레저룩 매출이 17.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AK몰 관계자는 "운동할 때 해당 종목의 유니폼을 입었던 과거와 달리, 일상에서도 활용 가능한 애슬레저룩을 활용하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자기관리에 철저한 남성들이 늘면서 건강미와 몸매를 뽐낼 수 있는 레깅스가 남성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GS샵 매출 추이를 살펴봐도 비슷한 결과다. GS샵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깅스를 비롯한 전체 스포츠웨어의 판매율은 지난해 36% 증가했다. 이중 남성의 애슬레저룩 구매 증가율은 52%로 나타나 여성의 32%에 비해 더욱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GS샵 관계자는 "기능성 스포츠웨어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이 레깅스에 새로운 관심을 가지면서 여성에 비해 더 높은 구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국내 애슬레저 의류 시장이 2016년 1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3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2월에도 남성용 레깅스 매출은 같은 기간 대비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패션업계도 남성용 애슬레저 룩 라인업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남성용 레깅스 2종을 1만9900원, 숏팬츠 레깅스 1종을 2만9900원, 숏팬츠 2종을 1만9900원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 10개에 불과했던 애슬레저 브랜드를 지난해 말 24개까지 늘리면서 여성 소비자는 물론 남성 소비자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해 1월엔 인천터미널점에서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매장 내에 운동 공간까지 마련하면서 남성 소비자 확보에 나섰다.

2016년 국내에 상륙한 캐나다 프리미엄 브랜드 룰루레몬도 제품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여성은 물론 남성 소비자에게 무료 피트니스 강습 기회를 제공하며 유니클로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남녀 모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젠더 뉴트럴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애슬레저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며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사라지는 젠더 뉴트럴 현상은 패션업계에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운동이 과거에는 체력 향상과 건강이 주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자기표현의 또 다른 방법으로 진화했다"며 "레깅스 외에 다양한 운동용 액세서리를 찾는 남성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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