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서면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안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추경은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지원 사업과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을 펴는 데 쓰일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정부, 미세먼지 대응 위한 추경 긴급 편성하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청정기 설치,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등을 포함해 취약계층이나 필요한 분야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예산이 소요될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긴급하게 추경을 편성해 대처하도록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기존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세먼지 대응은 일차적으로는 기존의 재원으로 최대한 하겠다"면서 "부족한 것은 요건이 맞으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니까 적극적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검토하라는 의미"라면서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지, 목적예비비 등 다른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 등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자연재난에는 황사가 포함된다.

정부가 이번에 추경 예산안을 편성한다면 2015∼2018년에 이어 5년째가 되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세 번째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당선되자마자 후보 시절 공약했던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위한 11조 원 규모의 추경을 짠 바 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재난 수준의 청년고용위기를 막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위기 지역을 돕기 위해 3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정부, 미세먼지 대응 위한 추경 긴급 편성하나
당시 추경예산에는 전국 경로당에 공기청정기 설치 예산이 314억원, 어린이집에는 248억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전 경로당과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 설치가 완료되는 것으로 집계됐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지금까지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된 경우는 지난해와 외환위기 당시인 1998∼1999년 두 차례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등 네 차례뿐이었다.

자연재해를 이유로 추경이 편성된 것은 메르스와 가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11조6천억원을 반영한 2015년이 마지막이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한다면 재원으로는 세계잉여금이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총세입액에서 총세출액, 국채상환액, 이월액을 뺀 세계잉여금은 13조2천억원을 기록해 최근 11년새 가장 많았다.

다만, 추경편성 재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작년 세계잉여금 가운데 일반회계에 해당하는 10조7천억원 중 국가재정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출연, 채무상환 등에 순서대로 사용된 뒤 남은 액수다.

정부는 법에 정해진 항목에 쓰고 나면 추경에 쓸 수 있는 재원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