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김소희·박귀희 위한 '오마주 무대'
“제게 주셨던 만정 김소희 선생님과 향사 박귀희 선생님의 큰 사랑을 소리와 몸짓, 대사로 보여드리려고 만들었어요. 이 무대를 통해 우리 시대 판소리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보셨으면 합니다.”

명창 안숙선(사진)이 판소리 인생 6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일 마련한 이야기창극 ‘두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공연의 의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지원하는 이번 무대는 다음달 5~7일 3일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다.

공연은 현대차 정몽구재단 문화예술진흥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연극과 모노드라마, 판소리, 춤 등 다양한 예술 요소를 담아 이야기 창극으로 펼친다. ‘두 사랑’은 안숙선의 삶과 예술 활동에 큰 영향을 준 두 스승인 만정 김소희와 향사 박귀희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숙선이 전북 남원에서 전통 음악을 시작했던 어린 시절부터 서울로 올라와 만정과 향사의 가르침을 받아 창극단에서 활약하던 이야기, 그리고 두 스승이 떠난 뒤 이들이 남긴 국악에 대한 고민을 안숙선이 이어받는 장면까지 다룬다. 공연에서 배우 고수희가 두 선생을 연기하며 젊은 소리꾼 권송희가 다양한 소리와 노래로 극중 분위기를 띄운다. 어린 숙선 역엔 뮤지컬 ‘마틸다’에서 마틸다로 활약한 이지나 양이 캐스팅됐다.

안숙선은 “어릴 땐 두 스승의 사랑을 잔소리로만 받아들였다”며 “돌아가시고 나서야 선생님들이 큰 사랑으로 뒤에 버티고 계셨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들이 후진들에게 우리 음악을 잘 전달하려고 했는지 그 노력을 떠올렸다”며 “저도 국악 후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은 생을 열심히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숙선은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인 남원 비전·전촌의 ‘국악마을’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와는 매년 강원 평창 계촌마을에서 열리는 ‘클래식 거리축제’에 클래식과 판소리를 접목한 협연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안숙선은 “판소리를 배우는 후진들이 매년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이들이 설 무대가 없다”며 “이번 공연 같이 모노드라마 형식이든 정명화 선생님과 첼로로 만나든, 제가 길을 뚫어 후진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넓히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