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5월 폐기했다고 공표한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을 복구하려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28 하노이 결렬’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북한 전문기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로 선회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동창리 동향’은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처음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영변 핵시설,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반면 동창리 발사장 주변에 일부 시설이 다시 세워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6일(현지시간 5일)엔 미국에서도 동창리 동향에 관한 분석 보고서가 잇따라 등장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재건 동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도 “레일식 이동 건축물이 다시 조립되고 있으며 벽이 세워지고 새로운 지붕도 추가되는 등 북한이 해체 작업을 진행하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일부 구조물을 다시 짓는 듯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는 북한이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과 함께 폭파한 시설이다. 당시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발표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한 이행 조치로 대표적인 ICBM 시설을 폐기했다. 하지만 검증 없는 ‘셀프 폭파’였다는 점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비핵화 쇼’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작년 9월 3차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풍계리와 동창리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창리 복구’와 관련해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38노스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재건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국정원도 전일 국회에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 정상회담에 성공할 경우 전문가 참관 아래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건물을 복구했을 가능성도 있고, 협상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위협용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이제 막 평양에 도착했고, 내부 결속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창리 시설 복구를) 미국에 대한 반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