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알짜 중의 알짜’ 입지에 자리잡은 테마상가 ‘밀리오레 명동’(사진). 구분 소유자들이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를 유치해 놓고도 단 1명의 반대에 막혀 입점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백 명이 구분등기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테마상가’다. 구분 소유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통으로 임대하는 게 어렵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밀리오레 명동 1~2층 상가의 플래그십스토어 입점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이 상가를 나눠 가진 소유주 208명 중 한 소유주가 입점에 동의하지 않아서다. 입점을 거부한 이 업체는 상가관리단이 배분한 적정 임대료보다 500만원 많은 800만원을 매달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조건이 싫으면 자신이 소유한 지분을 8억원에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이 업체는 2017년 중순 해당 지분을 법원 경매에서 2억7000만원에 낙찰받았다. 2004년 분양한 327계좌 가운데 약 0.58%인 1.9계좌를 이 업체가 소유하고 있다. 이 상가 연면적 1400여㎡ 중 약 8.2㎡다.

구분상가 소유주로 구성된 상가관리단은 지난해 6월 총회를 열고 플래그십스토어 입점에 합의했다. 전체 상가 면적의 30%만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침체한 건물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 구분상가 소유주는 “오죽하면 그냥 돈을 거둬서 줘버리고 사업을 추진하자는 말도 나온다”며 “소유주 간 형평성에 어긋나고 나쁜 선례가 될 우려가 있어 그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플래그십스토어 개장을 계획 중인 미국 업체는 협약 기한인 지난해 12월까지 구분상가 소유주의 전체 동의가 이뤄지지 않자 한 달을 더 기다려주기로 했다. 1월 동의서 징구를 끝내고 이달부터 300억~500억원을 들여 내·외부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분 소유주 모두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자 명동 입점 계획을 잠정 중단하고 일본 도쿄 입점을 추진 중이다. 이로써 중국 상하이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가 됐을 플래그십스토어 입점도 불투명해졌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2000년 전후 동대문 등에 대거 공급된 테마파크는 구분등기 형태로 수백 명에게 팔렸다”며 “임차인이 100% 동의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텅 빈 채 남아 있는 곳이 심심찮게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김성순 전무는 “서울의 대표 명소인 명동을 한 번 더 세계에 알릴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