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앞두고 비상 걸린 英 정육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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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영국 정육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후 관세가 부활하면 영국 내 육류 유통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후 양측이 별도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육류에 부과될 관세율은 고기의 종류에 따라 40~60%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보다 더 까다로워질 통관 절차로 인해 발생할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NYT는 “영국인들이 즐겨 찾는 고기 부위는 구하기 어려워지고 인기가 적은 부위를 EU에 내다팔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관세 비용으로 비싸진 영국산 육류 제품은 EU 시장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정육업계에서는 영국인들이 선호하는 고기 부위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수요가 적은 부위는 곳간에서 썩어나갈 것이란 우려가 퍼지고 있다. 영국의 한 정육업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잘 사먹지 않는 고기 부위들을 앞으로 다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영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돼지 부위는 넓적다리살이다. 영국인들은 매년 2300만마리의 돼지에서 생산한 넓적다리살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장 인기가 없는 삼겹살 소비량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500만마리 분량이다. 영국에서 한해 동안 도축되는 돼지는 1000만마리 정도다. 넓적다리살은 수입하고 삼겹살은 수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영국 식품업체들은 비(非) 인기 고기 부위를 활용해 만든 제품을 선보이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수 년간 닭가슴살로 만든 제품만 고집해오던 영국 맨체스터 소재의 한 식품 제조사는 올해부터 닭다리살을 활용한 요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영국가금류협회는 닭가슴살에 비해 영국인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닭다리살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를 시작했다. 정육업자들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의 육류 수출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뾰족한 방안은 도출되지 않고 있다. 영국과 EU측 협상단은 이날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4시간가량 회동했지만 큰 결실을 보지 못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영국 정부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관세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오는 12일로 계획된 제2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가 하원에서 부결될 경우 노딜 브렉시트 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