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얼마 전 저녁 식사 장소로 향하던 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년 전 집에 설치한 전등에 문제가 생겨 교체했는데 수리기사가 누전이 의심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등을 모두 끄고 플러그에 연결된 스탠드만 켜놓아 답답하다는 얘기였다. 결국 누전 의심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하루 저녁 잠깐 동안 전등이 없는 것도 이렇게 불편한데, 만약 저녁 내내 정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2011년 9월 15일, 이른바 대한민국의 ‘블랙아웃’으로 불렸던 대정전 이후 우리의 에너지는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걸까?

에너지는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며 안보와 필수불가결한 관계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은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1997년 97.6%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3년간 95% 정도에서 횡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연료의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월등히 높은 효율과 경제성으로 ‘제3의 불’로 주목받던 원자력도 후쿠시마 등의 전례로 안전성 이슈가 불거졌다. 이렇듯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에너지원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에너지 믹스(energy mix)’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적절히 혼합·배분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이른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다.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믹스의 방향과 그 궤를 같이한다.

국가적 에너지 구조의 전환은 경제성과 친환경성, 국민 안전과 산업 발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도입은 에너지 자립에 필수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높인다. 그러나 지금이 바로 ‘에너지 믹스’ 혹은 ‘에너지 전환’을 준비해야 할 때다.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신(新)산업을 키워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국민에게 일자리 창출과 깨끗한 환경을 약속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에너지의 생산, 이송, 저장 및 활용(변환)이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수소’다. 기존의 저렴한 전통에너지나 재생에너지에서 남는 전력을 수소 형태로 변환해 필요할 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혹자는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없는데 거기에 수소 저장과 전력 변환이 무슨 경제성이 있는가를 얘기한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 구조로의 전환은 경제성보다는 에너지 자립과 안보 측면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