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6일 오후 4시40분

포스코가 6년 만에 조(兆) 단위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자동차 전지용 동박 제품을 생산하는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삼성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KCFT 매각 본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매각자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다. KKR은 지난해 2월 LS엠트론으로부터 동박사업부 지분 100%를 3000억원에 인수해 KCFT로 이름을 바꿨다. 이번 입찰에는 SK그룹 등도 참여해 치열한 인수전을 펼칠 전망이다. 예상 거래 금액은 1조원 안팎이다.

포스코는 2013년 글로벌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이 보유한 캐나다 철광석광산 지분 15%를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한 뒤론 대규모 M&A에서 발을 뺐다. 국내외 사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7년 만에 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재개했다.

KCFT 인수戰 뛰어든 포스코…새 먹거리로 2차전지 소재사업 '눈독'

[단독] 포스코, 6년 만에 兆단위 M&A
포스코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오랜 침묵을 깨고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 인수에 나서기로 한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2차전지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2차전지 음극재와 양극재를 각각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최근 합병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호주 필간구라 리튬광산을 보유한 필바라미네랄스 지분과 아르헨티나 리튬염호 광권을 인수하는 등 2차전지 소재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KCFT 인수도 2차전지 관련 투자의 일환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관련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KCFT는 포스코에 인수되면 구리 등 원자재를 싸게 구매해 원가를 줄일 수 있고 고객을 다변화할 수 있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설명이다.

[단독] 포스코, 6년 만에 兆단위 M&A
KCFT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용 동박을 생산한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는 동시에 전해물질이 동박에 고루 퍼지도록 화학 처리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KCFT는 2013년 6㎛(마이크로미터)에 이어 2016년에는 5㎛ 전지용 동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보다 기술력이 3~4년가량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 LG화학, 일본 NEC, 파나소닉 등 세계 리튬이온전지 업체 대부분에 납품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KCFT의 매출은 2015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 불어나고 있다. 2015년 1600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 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에는 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KR은 지난해 초 LS그룹으로부터 국내 1위 전장부품업체 LS오토모티브 지분 47%를 인수하면서 KCFT를 함께 사들였다. 당시 패키지 거래의 금액은 1조500억원이었다. KKR은 당초 KCFT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를 통해 투자금을 마련한 뒤 향후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포스코와 SK 등 대기업들이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전체 지분 매각으로 돌아섰다. 인수 경쟁이 붙어 1조원 이상에 팔릴 경우 단번에 LS오토모티브 패키지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게 된다.

KKR은 다만 인수후보들이 기대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할 것에 대비해 IPO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동훈/정영효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