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유명무실한 지역거점 공항
충청북도는 2014년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이스타항공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거점공항이란 말은 무색하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의 청주 취항 노선은 전체의 9.1%에 그친다. 협약을 맺은 2014년(11.7%)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항공 등 3곳에 신규 항공 운송면허를 발급하면서 ‘거점공항 최소 3년 유지’ 조건을 달았다. 이를 어기면 면허 취소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3년만 지나면 거점공항이란 단어가 무색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면허를 받은 항공사들이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표방해 놓고도 지방 노선을 줄인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에 거점을 둔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청주 취항 노선을 3473편 운항했다. 전체 3만8226편 중 9.1%에 그친다. 청주공항 연간 이용객은 2016년 기점으로 2017년 257만1551명, 지난해 245만3596명 등으로 줄고 있다. 제주항공의 제주 노선 비중은 2014년 46.6%에서 지난해 40.2%로 줄었다. 김해공항이 거점인 에어부산의 김해 노선 비중도 같은 기간 51.4%에서 46.5%로 감소했다.

항공사들이 지방 노선을 축소하는 건 지방공항 이용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양양공항 이용객은 3만7000명에 그쳤다. 2002년 개항 당시 예측한 166만 명에 턱없이 모자란다. 연간 878만 명으로 예상된 무안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54만3000명뿐이었다. 사업비 1100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수요가 적어 완공도 못한 채 여객용 대신 교육비행장으로 쓰이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공항 15곳 중 11곳이 만성 적자다. 양양공항은 2017년 한 해 적자만 118억5700만원에 달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지자체나 유력 정치인 민원 등에 휘둘려 항공면허를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한 전문가는 “이용객이 적어 적자가 뻔한데 3년을 ‘버티라’는 식”이라며 “정부가 항공면허를 내주기 위해 거점공항, 지방공항 활성화 등의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