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프리먼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창립자 겸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 교수. 임유 기자
로이 프리먼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창립자 겸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 교수. 임유 기자
"미국에서 곧 임상 3상에 들어가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NB-01'은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제 역할을 할 겁니다. 바이로메드의 유전자치료제와 다른 점이죠."

로이 프리먼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창업자 겸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 교수(사진)는 지난 6일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NB-01은 통증 완화, 항염증 효과, 신경 생성 촉진 등 다양한 효능을 보이면서도 기존 치료제의 가장 큰 단점인 부작용도 해소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퇴행성 신경계 질환 치료제 선점"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2017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바이오 벤처다. 프리먼 교수는 미국의 신약 개발회사 JK바이오파마와 함께 이 회사를 세웠다. 그는 "대부분 제약바이오 기업이 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 목표는 항암제 이후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버드대 의대의 자율·말초신경 장애 센터장인 프리먼 교수는 신경계 질환의 권위자다. 화이자의 통증치료제 '리리카'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의 통증 관련 임상 설계에 대한 자문을 맡았다.

뉴로보파마슈미컬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2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NB-01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NB-02다. NB-01과 NB-02는 둘 다 천연물 의약품으로 지난해 1월 동아에스티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다. 그는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 효과가 뛰어난 약물 가운데 천연물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며 "합성이 가능한 경우 블록버스터가 될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그는 천연물 의약품이 특히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치매에 효능이 우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질환은 발병 기전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여러 병인을 동시에 해결해야 치료할 수 있는데 천연물 의약품이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프리먼 교수는 "여러 회사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한 이유는 한 가지 병인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3가지 효과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프리먼 교수는 2014년 동아에스티가 미국에서 진행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임상 2상에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NB-01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했다. 그는 "임상 결과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기존 치료제의 단점으로 꼽히던 부작용이 현저히 적었다"고 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로 말초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당뇨 환자의 50~60%가 이 병을 앓고 있다. 프레가발린, 타펜타돌 등 기존 약물은 통증은 완화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게다가 오심, 현기증, 중독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프리먼 교수는 "NB-01은 3가지 효과로 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TNF-α, IL-6 등을 억제하는 항염증 효과와 AGEs(당화최종산물)을 감소시켜 신경과 혈관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또 NGF(신경성장인자)를 자극해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유도한다. 임상 2상 결과, 환자군 50%에서 50% 이상의 통증이 경감됐다. 기존 치료제의 경우 환자의 25%가 부작용을 겪었지만 이 물질은 2~3%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준비를 마쳤다. 미국의 80여 개 기관에서 7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올 상반기 임상을 개시한다. 한국을 포함한 10여 개국에서도 환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한다. 2022년 임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는 바이로메드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과 비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로메드의 치료제는 주사용인데 반해 우리는 경구용으로 개발해 더 많은 환자가 쉽게 복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의사가 처음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약인 '1차 치료제'로서 목표로 하는 영역이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로이 프리먼 교수(왼쪽)와 마크 버사벨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최고의료책임자(CMO). 임유 기자
로이 프리먼 교수(왼쪽)와 마크 버사벨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최고의료책임자(CMO). 임유 기자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나서

치매 치료제 NB-02도 주목받고 있다. 치매는 로슈, 화이자 등 굴지의 제약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야다. 프리먼 교수는 "치매는 매우 복합적인 질병인데 기존 치료제는 한 가지 병인만 겨냥해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NB-02는 알츠하이머의 주요 3가지 병인인 AChE(아세텔콜린에스테라제), 타우 단백질, 아밀로이드베타 등에 모두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주요 제약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추후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IND(임상시험계획서) 제출 준비를 마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한국에 자회사 뉴로보를 세웠다. 뉴로보파마슈티컬스가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다. 비임상, CMC(의약품 생산 및 품질 관리), 신규 파이프라인 등 연구개발에 주력한다. 모회사는 파이프라인을 상업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NB-01의 글로벌 임상 3상과 NB-02의 초기 임상 및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을 위해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초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