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 수석대표가 6일(현지시간) 결렬된 2차 미·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했지만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미 국무부 발표 자료에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이 담겼으나, 외교부 자료에선 비핵화 언급 자체가 없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한국 측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만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측은 지난달 28일 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회담이 결렬되면서 무산됐다. 두 사람은 이날 일본 측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함께 업무오찬도 했다.

미 국무부는 회동 후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의 FFVD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조율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선 “한·미 양측은 정상회담 평가를 교환하고 향후 추진 방안을 협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현시점이 향후 북·미 대화 진전에 있어 매우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대북 공조와 관련해 긴밀한 조율을 계속해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자료에는 FFVD는 물론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가 담기지 않았다.

이를 놓고 한·미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양국이 남북한 경협 문제를 놓고도 갈등을 빚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한·미 간 남북 경협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야기가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적합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완화에 반대하는 일본 측 수석대표가 갑자기 합류한 것도 미국 정부의 기류가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미는 추가 협의를 위해 이달을 목표로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