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하루 전만 해도 막바지 조율을 거절하다가 결렬 위기에 내몰리고 나서야 황급히 태도를 바꿨다는 뒷얘기가 CNN을 통해 6일(현지시간) 소개됐다.

CNN은 이날 ‘모욕과 마지막 시도: 트럼프의 북한 외교에 대한 거친 교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회담 초기엔 여유와 배짱을 부렸다고 전했다. 특히 “회담 하루 전날 하노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길 원했지만 외면당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전 북한의 협상 의지를 가늠해 보려 했지만, 김영철은 이를 원치 않았고, 몇 시간 동안 기다리던 폼페이오는 결국 좌절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틀째 본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회담 결렬 의사를 밝히자 북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인 메트로폴호텔에서 떠날 채비를 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사진)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메시지를 미 대표단에 급히 전했다. 메시지엔 영변 핵시설 정의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이 담겼다.

CNN은 “김정은의 답변엔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 정의를 공유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이를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했고, 최 부상이 다시 메시지를 가져왔지만 미 대표단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미국 측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영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왜냐하면 우리가 발견한 다른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추가 핵시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CNN은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 측 카운터파트를 바람맞힌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정상회담 하루 전 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이 당한 모욕은 걱정스러웠던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건 결국 2차 정상회담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한 승리가 아닐 것이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4월 중 북한과 후속 실무회담을 여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CNN은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회담 시기와 장소를 확정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