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겁 많고 섬세한 리더일수록 위기관리 능력 탁월
‘훌륭한 리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카리스마를 내뿜는 대담한 모습을 떠올린다. 평범한 사람은 리더 역할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자리며 과감한 결단력 등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저 대담한 성격을 지닌 사람만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소 소심해도 충분히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소심해도 리더 잘할 수 있습니다》는 이런 성격의 장점을 살려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법, 리더라면 누구나 경계해야 하는 점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일본 타이어 회사 브리지스톤의 전 최고경영자(CEO) 아라카와 쇼시다.

소심한 사람들 중엔 섬세한 성향을 지닌 이가 많다. 걱정, 근심 때문에 세부 사항까지 빠뜨리지 않고 머릿속에 새겨두고, 겁도 많아 모든 일어날 만한 위기에 대비해 사전 준비가 철저하다. 저자는 “리더가 섬세할수록 조직원의 공감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하는 일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설프게 소심해선 안 된다. 이런 사람은 평소 작은 것에만 집착하다 큰 실수를 한다. 패배에 익숙해져 있어 혁신적인 제안이 있어도 실행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담하든, 소심하든 리더라면 누구나 조심해야 하는 점도 강조한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말’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조직이 생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리더는 스스로 자신의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리더가 어떤 말을 꺼내는가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꼰대’처럼 말하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 “난 너보다 더한 상황에서 일해봤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표적 리더 유형이다. 직위와 연차를 유독 강조해 말하고,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과거 경험을 과장해서 자랑한다. 잘못된 관행은 개선할 생각도 않고 후배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저자는 “리더는 이를 ‘엄격함’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이는 엄격함도, 그 무엇도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그는 다양한 조언을 한다. 좋고 싫음으로 조직원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겠다는 생각도 버리고, ‘지도’가 아니라 ‘지원’을 해야 한다. 또 실적을 ‘짜낼’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앞장서 ‘만들어낼’ 생각을 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