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최소 1.5兆 기대
이르면 올해 말 상장 마무리
7일 IB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는 전날 국내 주요 증권사들에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달 말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중 주관사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중 어디를 택할지는 미정이다. 상장 시점도 결정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에 상장을 마칠 가능성도 있다. 성사된다면 2017년 11월 코스닥에 입성한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은 콘텐츠 기업의 대어급 IPO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과 웹소설 유통 플랫폼 유료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1위 업체가 됐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편씩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요금 부과 방식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빨리 보고 싶은 이용자만 요금을 내면 돼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낮췄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를 모은 웹소설 ‘김 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2015년 매출 301억원에 영업손실 6억원을 낸 카카오페이지는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876억원 매출에 1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페이지가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는 최소 1조5000억원으로, 내심 2조원대까지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국 올해 이익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지난해 올린 이익에 비해 1조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는 고평가된 수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 계열사와 협업해 지식재산권(IP)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디앤씨미디어,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등 콘텐츠 공급 기업에 지분 투자도 했다. 웹소설 및 웹툰 ‘사내 맞선’처럼 자체 IP 생산도 확대하기로 했다. 카카오M 등의 영상 제작시스템을 활용하고 소속 한류 스타를 기용한 드라마 제작까지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해외 시장 진출도 주요 성장 전략이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의 1위 유료 콘텐츠 플랫폼인 네오바자르를 지난해 말 인수해 동남아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카카오페이지는 IP 수출로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4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최대주주는 카카오(지분율 63.9%)다. 2016년 카카오페이지의 기업가치가 5000억원이라는 전제로 1250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이번 상장을 통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계열사의 IPO 시도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회계감리 문제가 불거지며 자진 철회했다. 카카오페이지의 IPO가 카카오게임즈보다 속도를 낼 경우 카카오 계열사 중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하는 사례가 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IPO도 계획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