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츠먼 기부에 영감" 언급 계기
“인공지능(AI) 연구에 쓰라”며 지난달 서울대에 500억원을 쾌척한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은 지난 2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으로부터 뜻밖의 이메일을 받았다.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데 AI의 중요성에 공감해주신 것에 박수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은 서울대 기부금 출연 협약식에서 “슈워츠먼 회장이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AI 단과대 설립을 위해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기부한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슈워츠먼 회장이 김 회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쓰게 됐다는 전언이다.
슈워츠먼 회장은 이메일에서 “최근 회장님께서 서울대에 AI 관련 첨단 연구를 위해 후한 선물(기부금)을 주셨다고 들었다”며 “AI를 비롯한 컴퓨터 기술이 가져올 기회와 도전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제 (MIT의 AI 단과대인) ‘스티븐 슈워츠먼 칼리지 오브 컴퓨팅’ 개설을 기념하기 위해 온종일 MIT에 머물렀다”며 “학계 및 업계 리더들과 함께 AI를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멋진 하루였다”고 소개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MIT가 10억달러를 들여 AI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지난해 3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김 회장도 영어로 답장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그는 “사려 깊고 멋진 편지를 받아 무척 놀랐다”며 “나는 항상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당신의 MIT 기부 소식이 큰 영감을 줬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나는 한국이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1960년대 전자 사업을 시작했다”며 “흑백TV에서 시작해 반도체,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재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왔다”고 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AI가 인류의 생활과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AI 연구개발(R&D)과 한국 및 서울대의 발전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답장을 마무리했다.
슈워츠먼 회장과 김 회장은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인재 육성을 위한 기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슈워츠먼 회장은 2008년 뉴욕공립도서관 확장 공사에 1억달러를 내놨다.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인 이 도서관 건물 이름은 ‘스티븐 슈워츠먼 빌딩’이다. 2013년에는 중국 칭화대에 1억달러, 2015년에는 모교인 예일대에 1억50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서울대에 AI 연구 등을 위한 연구센터(해동첨단공학기술원) 건립 자금으로 500억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그동안 모교인 서울대에 기부한 액수는 657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1991년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하고 30년 가까이 대학과 연구자들을 지원해왔다. 1990년부터 매년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에게 ‘해동상’도 시상하고 있다. 그동안 282명의 연구자에게 1인당 평균 25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김 회장이 1965년 설립한 대덕전자는 국내 전자산업과 함께 성장해온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다. 초기에는 라디오와 흑백TV에 들어가는 부품을 주로 생산했다. 현재는 스마트폰, 5G(5세대) 이동통신 등에 필요한 PCB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600억원이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