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숍인 ‘토니모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7일 문을 닫은 서울 서대문구 토니모리 명지대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중국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숍인 ‘토니모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7일 문을 닫은 서울 서대문구 토니모리 명지대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화장품업체들이 중국 사업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더페이스샵이 130여 개 중국 매장을 모두 철수한 데 이어 중견 브랜드 토니모리, 클리오도 최근 중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 ‘K뷰티’면 무조건 잘 팔리던 시절은 지나갔다”며 중국시장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2년째 영업손실 토니모리

토니모리 가맹점주협의회는 7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토니모리 본사 앞에서 “본사는 가맹점주와 상생하겠다는 경영방침을 실행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매장 문을 닫고 항의의 뜻을 밝힌 점주는 100여 명. 집회에는 40여 명이 참가했다. 김지성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사도 안되고 회사는 적자를 내고 있는데 경영진은 배당금을 챙기는 등 점주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토니모리 점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근본 배경은 실적 악화, 특히 중국 사업의 고전이다. 2016년 2331억원을 찍었던 매출은 2017년 205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12% 감소한 18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176억원이었지만 2017년엔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엔 51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 위기의 핵심은 중국 상권이다. 토니모리는 2017년 10월 중국 화장품 유통업체 DMX와 5년 동안 총 23억5000만위안(약 4000억원) 규모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8월 이 금액을 871억원으로 축소했다. 예상보다 장사가 안돼서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우리가 책정한 연간 최소 구매금액(중국 수출액)의 80%에 미달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지난해엔 목표금액의 43%에 그쳤다”며 “결국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지난달 28일 계약 해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니모리는 중국에서 당분간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줄줄이 후퇴하는 K뷰티

중국에서 매장을 접은 건 토니모리가 세 번째다. 지난해 5월 더페이스샵은 130여 개의 중국 단독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매출 감소, 중국 현지 브랜드의 성장으로 인한 경쟁 과열 등이 원인이다.

색조 화장품 전문 중견 브랜드 클리오도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매장을 전부 철수키로 최근 결정했다. 69개였던 단독 매장을 지난해 23개로 줄였고 올 들어 10개를 더 폐점했다. 왓슨스, 세포라 등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에 입점했던 매장에서도 제품을 다 빼기로 했다. 한때 400여 개에 달했던 중국 왓슨스 내 클리오 매장도 지난해 45개로 줄였고 올 상반기까지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중국 실적이 악화되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클리오의 지난해 매출은 1873억원으로 전년보다 3% 줄었고 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하는 중국 매출이 급감한 게 주된 원인이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브랜드숍은 수백 개의 제품을 진열해놓고 재고 부담을 안아야 하는 고비용 구조인데도 기업들이 K뷰티 간판만 믿고 경쟁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게 실패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