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중단 끝낼 준비신호·북미협상 '불길 징조'"vs "과도한 의미 부여말아야"
미 행정부, 즉각 반응 자제 속 예의주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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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미 조야가 그 배경과 파장을 주시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불발된 상황에서 발견된 움직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이를 통해 보내려고 했던 '신호'가 무엇인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을 압박하려는 '경고의 제스처'라면 향후 북미 간 긴장이 고조, 후속 협상 전망이 더 어두워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확대해석을 경계하려는 흐름도 나온다.

회담 결렬 이후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타전하면서도 대화 재개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한 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방침을 밝혔다고 공개했으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다"고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실험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 '하노이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며칠 만에 드러난 이번 사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외교적 치적으로 주장해온 미사일 실험의 유예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를 고수할 경우 '새로운 길'을 경고한 걸 거론하면서 "전문가들은 하노이 대화가 결렬된 이후 김정은의 다음 조치가 무엇이 될지 궁금해 왔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특정한 탄도미사일 시험장과 함께 다른 많은 것들을 제거할 예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후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쇄'는 지난해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나온 '9월 평양 공동선언'에 합의 조항의 하나로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함께 동창리 발사장 폐기에 대한 사찰·검증에 대한 진전이 예상됐으나 합의문 자체가 불발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진도가 나가지 못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동창리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있어 불길한 징후(ominous sign)"라고 풀이했다.

WP는 "상업 위성들에 따르면 복구 작업은 2월 16일에서 3월 2일 사이 시작됐다.

이는 회담 결렬이 이뤄지기 직전 또는 바로 그 직후 시작됐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언급한 맥락에서 본다면 발사장 복구 조치는 '도발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WP에 "동창리 발사장 폐기는 북한이 협상 절차를 시작하면서 신뢰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시행한 독자적 조치 중 하나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도 WP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들은 어쩌면 정상회담이 잘 안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았을지도 모른다"며 북한이 협상에서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다시 관련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스탠퍼드대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의 대니얼 스나이더는 WP에 "나는 북한이 무언가를 하고 나서 평화적인 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북한이 둬온 '오랜 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방송은 "위성사진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분석가들과 전문가들은 보완할 충분한 정보 없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라고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CNN에 "북한이 우리(미국)가 알기를 원하는 무언가를 한다면 그에 관해 이야기할 텐데, 그들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아직 이쪽이다, 저쪽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알지는 못하지만, 내 짐작으로는 이것이 하노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시설 복구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위한 준비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이 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했다고 자랑해왔다는 점에서 이 활동은 놀랄만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비확산 연구소의 수석연구원 데이브 슈머러는 CNN에 "이번 활동이 워싱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협상 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한 수'일 수 있다"면서 "이 시험장은 매우 '투명'하다"며 북한이 미국의 '인지'를 염두에 두고 던진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정부가 이번에 포착된 움직임에 어떠한 반응을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AP통신은 "이번 동향이 미국의 핵 외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CNN도 "백악관의 대북 기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번 움직임에 대한 반응을 거부했다고 CNN 등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