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필터 성능, H13 등급이면 충분
요즘 맘카페에서 유행하는 공기청정기 구매 공식이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친 6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하이마트에서 만난 강혜정(44)씨는 이미 2대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날 1대의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구입했다. 공식에 맞춰 아이 방에 공기청정기를 들이기 위해서다. 그는 "요즘 아이들끼리 '너희 집에 공기청정기 몇 대 있냐'는 말을 한다고 하더라"며 "새로 구입한 공기청정기는 아이방에 둘 생각"이라 말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청정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이 300만대로 전년(220만대) 대비 40%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세탁기, 냉장고와 달리 '1가구 1대'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몇 안 되는 생활가전 중 하나다.
◇ 방마다 자리잡는 공기청정기
각 방마다 공기청정기 1대씩을 사용하는 것이 공기청정기의 최근 트렌드다. 삼성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청정기 사용자의 60%가 제품을 일평균 1회 이상 이동시켰다. 환기를 시킬 땐 창가에, 요리할 때는 주방에 평상시엔 거실에 옮겨 사용하는 식이다.
여기에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용 면적이 큰 고가 제품 1대 보다 면적이 좁은 저렴한 제품 여러 대를 구입하는 게 효과적이라 판단해서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한 번에 두 대씩 구입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20만~30만원대 중저가형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공기청정기 '1+1'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마찬가지. 위니아는 18평과 9평형 공기청정기를 50만원대에 판매하는 이벤트로 판매량을 늘렸다. 코웨이, SK매직, 노비타 등 중견 업체들 대부분이 비슷한 형태의 1+1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병원에서 쓰는 초고가 공기청정기도 인기
공기청정기는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제품의 성능을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내보내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지만, 오염된 공기가 제대로 정화되고 있는지 일반 소비자들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 제품이나 고가의 외국산 제품을 찾는 경향도 뚜렷하다. 종합병원에 납품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위스 '아이큐에어'가 대표적인데, 아이큐에어의 '헬스프로 250' 모델의 경우 238만원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환자가 치료 받는 음압격리실에서 사용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년새 매출은 25% 이상 늘었다.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사자'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예다.
전문가들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데는 H13 등급의 제품이면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H13 등급의 헤파필터는 미세먼지 99.95%를 제거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20~30만원대의 제품들도 H13 필터를 사용하는 만큼 거주 공간에 맞는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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