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혁명으로 불린다. GTX-A, B, C 등 3개 노선이 수도권 곳곳에 뻗는 데다 일반 철도보다 속도가 3~4배 빨라 수도권 외곽 지역의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GTX 주변 집값은 개통 전부터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은 GTX 개통이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GTX 2라운드의 과제와 해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①두 배 비싼 운임… 한달 15만원 ↑

현재 GTX-A노선의 정확한 요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자인 신한은행컨소시엄이 지난해 3월 제시한 사업제안서에 나온 요금이 전부다.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기본요금은 2419원(10㎞이내), 추가요금은 5㎞당 216원이다.
이를 토대로 집코노미가 GTX-A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보고서, 사업계획서 등에 나온 역간 거리를 파악해 예상 운임을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1회 운임은 2400원~5600원 선이다. 구간별로 보면 운정~킨텍스 구간이 2419원으로 가장 낮았고, 운정~동탄 구간이 5659원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역 삼성역 등 도심으로 이동할 경우 운정~서울역 구간은 3499원, 운정~삼성역 구간은 3931원이었다. 동탄~서울역, 동탄~삼성역 구간은 각각 4147원, 4579원으로 운정보다 비쌌다.
평일 20일 왕복으로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한달 운임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킨텍스~서울역, 킨텍스~삼성역 구간은 각각 13만9960원, 14만8600원으로 예상됐다. 동탄에서 서울역까지는 16만5880원이 든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년에 170만~180만원의 교통비가 드는 셈이다.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화역~교대역 지하철 한달 운임은 7만4000원이다. 킨텍스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역을 갈 경우 한달 9만2000원을 써야 한다.

운임은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기연구원은 보고서에서 “GTX 건설 사업이 재정사업이 아닌 BTO 방식이어서 투자비를 이용자 요금으로 회수한다”며 “일반적으로 요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어 “개통시점에는 운임이 물가상승만큼 더 높아지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TO는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일정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②먼 역간 거리

정거장 간 간격이 멀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의 역 간격은 1.1㎞다. 반면 GTX의 역 간격은 A노선 8㎞, B노선 6.2㎞, C노선 7.2㎞로 6~7배 멀다. 총 연장이 80㎞에 달하는데 정거장 수가 10개 내외로 적은 탓이다.

경기연구원은 “정거장 간 거리가 멀어 승용차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역에 접근할 수 있다”며 “환승이 불편하다면 GTX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GTX 역을 중심으로 광역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승용차 환승객을 위해 충분한 환승주차장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GTX-A노선 개통식에서 “처음 시도되는 도심 고속광역철도인 GTX는 기존의 역세권 개념을 완전히 바꿀 만큼의 획기적인 환승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③40m 지하… 내려가는데 5분

역 도착 뒤 GTX를 이용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GTX가 지하 40m 대심도를 지나는 까닭이다. 승강장으로 오르내리는 데만 5분 이상씩 소요된다. 에스컬레이터로는 4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지하 40m에 있는 6호선 버티고개역의 경우 진입하는 데 에스컬레이터로 4분35초, 엘리베이터로 7분7초가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대기 시간도 길 전망이다.

◆④긴 배차간격

배차 간격이 긴 것도 문제점다. 퇴근 시간대 서울 도시철도의 배차 간격은 평균 3분4초인데, GTX 배차 간격은 2배인 6분 이상으로 예상됐다. GTX A노선이 수서발 SRT의 수서~동탄 구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배차가 줄어든 탓이다. 경기연구원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동빙고~삼송)이 서울시 요구대로 GTX-A노선 선로와 혼용한다면 GTX의 배차간격은 더 길어질 것”이라며 “신분당선의 영업속도가 90km/h이기 때문에 GTX의 운행 속도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승체계, 할인권 도입해야”

경기연구원은 요금부담 완화를 위해 정기 요금 할인권 도입을 제안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정기 할인권이 보편화돼 있다. 영국 런던은 정기권을 7일, 1개월, 1년 기준으로 나눠 61~70%가량 요금을 깎아 준다. 정기권 하나로 해당 존(구역) 안에서 모든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다. 일본 도쿄, 미국 워싱턴과 뉴욕 등도 정기권을 발급해 최소 7%에서 최대 62%까지 요금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한국에도 철도 정기할인권이 있으나 버스환승이 불가능하다.

경기연구원은 “GTX에 수도권 전철 할인율 37.7%을 적용하면 광역버스 요금와 유사한 수준이 돼 이용자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며 “할인권 도입시 GTX 통근자는 한 달에 5만8812원의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경기연구원은 △고속엘리베이터 중심의 역내 수직 이용자 동선 설계 △다른 철도 노선과의 선로 혼용 재검토 △GTX역 중심의 광역환승센터 구축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파주 운정과 경기 동탄을 잇는 GTX-A노선은 지난해 착공식을 가진 뒤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오가는 C노선은 지난해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가장 추진이 더딘 B노선(송도~마석)은 지난해 9월부터 KDI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께 결과가 나온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