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수출품 규제 없앤다면 GDP 0.8% 증가할 수도"
미중 무역전쟁 '죄수의 딜레마' "최악엔 한국 GDP 2.3% 감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마무리되면 무역 환경에 따라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2.3% 감소할 수 있지만 0.8% 증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발표한 '미중 무역전쟁과 죄수의 딜레마'란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보복하면 미국과 중국의 최적 관세율은 현행보다 각각 7% 포인트, 5% 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분석은 '죄수의 딜레마'로 불리는 게임이론인 '비협조적 내쉬 균형'을 적용한 결과다.

한경연은 미국이 중국보다 경제규모와 산업별 시장점유율이 크기 때문에 관세율 인상에 따른 생산거점 조정에 따른 효과가 미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해 미국이 상대적으로 관세율을 인상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율은 평균 7.5%에 이르고, 중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율은 23%라는 점에서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보복성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한경연은 내다봤다.

한경연은 미중 무역전쟁이 이런 결과로 마무리되면 한국 경제는 교역조건 효과와 미국·중국 기업의 생산거점 재조정 효과의 크기에 따라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역조건 효과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율을 올리면 미국과 중국 수출품의 비교우위가 약화하고 한국 수출품의 비교우위가 개선되는 효과이며, 생산거점의 재조정 효과란 수출기업에서 내수기업으로의 전환되는 효과를 뜻한다.

생산거점의 재조정 효과가 강하게 일어나면 한국 수출기업이 양국의 내수기업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게 된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이런 생산거점의 재조정 효과가 비교우위의 효과보다 강하게 작용하면 한국의 수출은 0.56% 줄어 GDP는 0.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 반도체의 수입을 2배로 늘리고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인다면 한국 수출 감소 폭은 2.3%로 커지고 GDP도 1.75% 줄어든다.

이 시나리오에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고율 관세(25%)를 적용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면 한국 수출이 3.1% 줄어 GDP는 2.3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국 수출품에 대한 규제를 제거하고, 한국 수출기업이 미국·중국의 내수기업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한국 수출은 1% 증가하고 GDP는 0.85%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이 제시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교역조건 효과가 생산거점 재조정 효과보다 크다고 가정한 것이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기회는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열려있는 만큼 기술향상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확대된다면 게임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다"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