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 부양책 꺼내 들어
경기하강에 노선 변경한 유럽, 조였던 돈줄 다소 풀어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가 탄력을 잃자 조이기 시작한 돈줄을 다소 풀었다.

7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이라는 경기부양 카드를 내놓았다.

TLTRO는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주택담보대출 제외)을 더 많이 하는 은행을 상대로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유로존 경기침체기인 2014년 9월∼2016년 6월과 2016년 6월∼2017년 3월에 사용한 처방전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길고 깊다"는 표현으로 무거운 상황 인식을 전달했다.

그는 지난해 말로 양적완화가 종료된 가운데서도 "통화정책에서 상당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도 말해 ECB가 계속 돈줄을 느슨하게 풀 것임을 시사했다.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시장에서는 최근 경기 악화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강했다.

브느와 꾀레 ECB 집행 이사는 지난달 "경기둔화세가 분명히 더 강력하고 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면서 새로운 TLTRO 프로그램의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 유로존의 경제지표는 최근 좋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유로존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분기에 비해 0.2%, 2017년 4분기 대비 1.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6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1.8%에서 1.0%로 0.8% 포인트 내려갔다.

내년 전망치도 1.6%에서 1.2%로 떨어졌다.

이날 ECB 역시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1%로 뚝 떨어졌다.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1.7%에서 1.6%로 내려갔다.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는 추세에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브렉시트 변수 등이 유로존 경제에 암운을 드리웠다.

회원국 별로는 독일의 성장세가 꺾인 것도 유로존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했다.

독일의 성장률은 2017년 2.2%에서 지난해 1.5%로 대폭 떨어졌다.

올해 경제전망 역시 좋지 않다.

당장에 독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에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다.

이탈리아는 재정이 불안한 데다, 영국은 브렉시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 경제적으로 입을 상처의 깊이를 알 수 없다.

ECB는 "적어도 연말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해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ECB는 최근 몇 개월간 올해 여름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해왔다가 사실상 빨라야 내년 초에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방침을 바꾼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ECB의 입장을 고려해 올해 10월께 정도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