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병이 '나았다'를 '났다'로 쓰는 건 틀리죠 ~
글쓰기에서 맞춤법 오류는 사소한 듯하면서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몇 해 전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틀리기 쉬운 맞춤법 10위’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었다. 1위가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알고 쓴다는 것이었다. 2위에는 ‘병이 나았다’를 ‘병이 낳았다’로 잘못 쓰는 게 꼽혔다. ‘낳았다’를 통해 용언의 규칙 활용과 불규칙 활용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나다/낫다/낳다’ 구별해 써야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병이 '나았다'를 '났다'로 쓰는 건 틀리죠 ~
우리말에서 [나?따]로 발음될 수 있는 말은 세 가지 경우가 있다. ‘나다[나다]’와 ‘낫다[낟따]’ ‘낳다[나타]’에 서술어미 ‘-았다’가 붙었을 때다. 이들이 활용하는 꼴이 다 다르다. 그만큼 어미 활용은 가짓수도 많고 복잡하기도 하다.

우선 ‘나다’는 규칙동사다. ‘병이 나다’라고 하면 병이 생겼다는 뜻이다. 여기에 ‘-았다’가 붙으면 ‘병이 났다’이다. ‘나+았다→났다’로 줄어든다. 맞춤법 제34항 준말 규정 가운데 하나다. 이때 두 모음이 반드시 하나로 줄어들므로 이를 줄기 전 형태인 ‘나았다’라고 쓰면 안 된다. ‘사과를 따+았다’가 줄어 ‘~땄다’라고 하듯이 늘 줄어든 형태로 적어야 한다.

‘병이 나았다’라고 하면 다른 말이 된다. 이때의 ‘나았다’는 ㅅ불규칙 용언인 ‘낫다’에서 온 말이다. ‘낫+았다’가 결합해 ‘나았다’로 바뀌었다. ‘낫다’는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졌다는 뜻이다. 이 말은 ‘낫고, 낫게, 낫지, 나아, 나으면, 나으니…’ 식으로 어간이 불규칙하게 변한다. 이런 경우는 원래 받침이 있던 말(‘낫’)이라 ‘-았다’가 붙어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를 ‘병이 났다’라고 하면 틀린 말이 된다. ㅅ불규칙 활용이라 준말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낳다’는 규칙 동사, ‘노랗다’는 불규칙 형용사

‘닭이 알을 낳았다’라고 한다. 이 ‘낳았다’의 기본형 ‘낳다’는 규칙 동사다. ‘낳고, 낳게, 낳지, 낳아, 낳으면, 낳으니…’ 식으로 어간의 형태를 언제나 유지한다. 동사 ‘찧다/빻다’ 등도 규칙적으로 활용한다. 이들을 과거형으로 적을 때 ‘찌었다/빠았다’로 쓰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이 역시 ㅎ받침을 살린 ‘찧었다/빻았다’가 바른 표기다. 마찬가지로 ‘닭이 알을 났다’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ㅎ받침이면서 불규칙하게 활용하는 말이 있다. 올해 개나리가 예년보다 일찍 필 것이라고 한다. “개나리가 참 노라네”라고 할까, “~노랗네”라고 할까? ‘노랗다’는 ㅎ불규칙 용언이다. ‘노랗고, 노랗게, 노라니, 노래지면…’ 식으로 어간이 불규칙하게 바뀐다. 어미 ‘-네’가 붙을 때도 받침 ‘ㅎ’이 탈락한다. 하지만 현실언어에서는 ‘노랗네’를 맞는 표기로 아는 이들이 꽤 많다. 그만큼 우리가 이 표기와 발음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해 국립국어원은 2015년 12월 ‘파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처럼 ‘ㅎ’이 탈락하지 않은 말도 표준어법으로 인정했다. 현실적 쓰임새를 문법에 반영한 것이다. 지금은 ‘노라네/노랗네’ 둘 다 맞는 표기가 됐다.

어간 끝에 ㅎ받침을 가진 형용사는 모두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다만 ‘좋다’는 예외다. 이 말은 활용할 때 ‘ㅎ’이 탈락하지 않는다. ‘좋아, 좋은, 좋으니, 좋네, 좋고’ 식으로 어간의 형태를 유지한다. 규칙 활용을 한다는 뜻이다.

‘파라니?/파랗니?’ ‘노라니?/노랗니?’도 많이 헷갈리는 말 중 하나다. 다음 호에서 이를 알아보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