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빛의 GO!투자]유안타 티레이더, 차트분석만으론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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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승진해서 연봉이 오른다거나 예상치 못한 성과급을 받을 때겠지만, 아쉽게도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꽁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투자를 합니다. 고은빛 기자가 쌈짓돈 100만원을 갖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섭니다. 고 기자의 투자기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나를 믿지말자!'
그간 [GO!투자]를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투자체험기에서 연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이번 투자에선 제 감을 믿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AI(인공지능)를 활용해봤습니다.
유안타증권 티레이더를 설치했습니다. 티레이더는 주식 매수와 매도 시점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상승·하락 종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데요. 햇빛(매수)과 안개(매도)로 신호를 줍니다.
프로그램 작동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저보단 믿음직한 건 왜일까요. 그간 저의 투자 추이로 제 신뢰도를 측정해본다면...아 점수를 따지기조차 힘들겠네요. 네, 저도 제가 미덥지 못합니다.
지난달 13일 100만원으로 투자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종목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입니다. 당시 반도체주들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3만8700원까지 밀려났지만, 올 들어 4만원을 회복한 데 이어 4만5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5만원 회복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였죠.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말 6만500원에서 지난달 단숨에 7만5000원대까지 회복하면서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티레이더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매수 신호를 뜻하는 '햇빛'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4만6550원에 10주를, SK하이닉스는 7만6900원에 6주를 사들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수한 것은 생애 처음입니다. 그간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인 코스닥에만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두 종목을 사들이자 잔액은 7만원 정도로 애매하게 남았습니다. 다시 코스닥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티레이더 내 '오늘의 공략주'를 살펴봤습니다. 한국카본이라는 종목이 올라와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카본은 2.13% 강세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처음 들어본 주식이었지만, AI 추천주인 만큼 매수를 눌렀습니다. 현재가인 8150원으로는 총 8주 매수가 가능했습니다. 제가 매수하고난 뒤 한국카본은 장중 823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도 돌파했습니다. 첫날 투자 성적은 좋진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가 산 가격보다 조금 떨어져서 마감했기 때문이죠. 전체 수익률은 -1.22%로 출발했습니다. 투자 다음날부터 호재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는 2.81% 급등 마감했습니다. 한국카본은 장중 830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도 다시 썼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수익률은 0.71% 플러스로 금세 돌아섰습니다. 간만에 보는 빨간불입니다.
하지만 플러스 수익률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렸습니다. 주식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닥쳤기 때문이죠.15일엔 미중 무역협상에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3.05%, -4.65% 고꾸라졌습니다. 이후 두 종목은 소폭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이전의 하락폭이 워낙 컸던 탓에 전체 수익률은 뚝뚝 내려갔습니다. 18일과 19일엔 전체 수익률이 -2.17%, -3.12%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래도 추세를 전환할 호재는 있었습니다. 20일엔 삼성전자는 2.07% 상승한 데 이어 4거래일 연속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갤럭시 S10과 갤럭시 폴드가 발표되면서 시장에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었죠. 삼성전자가 내놓은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의 연간 예상 판매량은 1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됐습니다.
갤럭시 폴드의 동력을 받아 삼성전자가 5만원 회복에 드디어 나서는구나 싶었지만, 헛된 기대였습니다. 2월 말로 접어들수록 반도체주들의 주가는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업황 우려가 다시 불거진 탓이었는데요.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돌발악재도 더해졌습니다. 지난달 28일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거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났지만, 회담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날 오후 북한과 미국이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고, 회담도 불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주식 시장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1.76% 하락 마감했습니다. 현대상선 등 남북 경협주들이 대거 폭락한 탓입니다.
반도체도 영향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7만원까지 고꾸라졌습니다. 티레이더 신호도 햇빛에서 안개로 바뀌었습니다. 4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 거죠. '진단'코너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분석도 달라졌습니다. 차트 분석에선 해당 종목의 주가흐름이 조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슬슬 반등할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생각을 밀고 나갈 근거가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제 감을 믿지 않기로 했으니 AI의 결정을 따랐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7만500원에 매도를 걸어놨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도 매도가 체결됐다는 알림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7만300원대였던 SK하이닉스 주식은 더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바빠졌습니다. 오후 3시께 7만200원으로 정정 주문을 냈습니다. 왠지 내일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 내에는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 들었기 때문이죠.
제가 매도한 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7만원대를 유지했습니다. 회복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6만81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맞습니다. 주식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모두 내가 팔고난 뒤에 가격이 떨어져야 기분이 좋습니다.
다행히 SK하이닉스를 손절매했지만,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수익률의 빌런(악역)은 삼성전자였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8일 3.53%나 급락한 데 이어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티레이더 신호는 햇빛이었습니다.
지난 5일엔 -1.34%로 장을 마감하면서 4만425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전체 수익률 계좌의 하락도 커졌습니다. 전체 수익률은 -4.95%까지 확대됐습니다. 6일 들어 상황은 더 악화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장중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신호가 안개신호로 변했습니다. 전체 수익률 계좌도 -5.18%까지 확대됐습니다. 삼성전자를 매도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 길로 4만4200원에 전량을 매도 주문 해놨습니다. 4만4100원에 거래가 체결되고 있었던 만큼, 조금이라도 손실을 덜 보기위해 고작 100원 높여 주문을 낸 건데요.
하지만 오후 1시가 되도 매도 체결 알람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그 사이 삼성전자 주가는 더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4만3850원까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추풍낙엽 꼴이었는데요. 오후 1시께 주문가를 4만3900원으로 변경해 매매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삼성전자도 제가 판 가격보다 더 하락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요. 삼성전자는 7일 장 초반 4만34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티레이더 투자를 진행하면서 티레이더도 만능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트분석으로 신호를 주는 탓에 북미정상회담이나 반도체 투자 우려와 같은 돌발악재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죠. 북미정상회담은 정치적인 돌발 이슈이니 어쩔 수 없지만, 반도체 업황 우려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가 차트에 반영되는 건 증권사 리포트보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를 활발히하는 투자자라면 뉴스나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반도체가 심상치 않구나 하면서 티레이더 신호 전에 매도를 던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투자체험기도 일단 마이너스입니다. 지난 8일 수익률은 -7.01%입니다. 이제는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더 이상 슬프지 않네요. 마이너스에 적응이 됐나봅니다. 써놓고 보니 마이너스에 적응됐다는 말이 더 슬퍼지네요.
그래도 티레이더가 늦게나마? '손절매' 타이밍을 알려준 것은 긍정적입니다. 최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손실이 더 커지지 않았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겠습니다.
투자에 '존버(엄청 버티는)' 정신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한번쯤 써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늘 언제 팔아야 하고, 언제 사야할 지 고민합니다. 항상 어깨에서 사서 무릎에서 팔곤하는 투자자라면 한번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깨에서 샀더라도 티레이더는 무릎이 오기 전 허리 정도에선 안개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아직 제게는 한 종목이 남아있습니다. 한국카본은 여전히 '햇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익률이 플러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알게 된 기업이지만, 꽤 괜찮은 녀석인 듯 합니다. 한국카본은 지난 6일 10억원 규모 공급계약 소식도 있었구요. 하지만 큰 기대는 말아야겠죠. 제가 갖고 있는 건 6주 뿐이니까요. 분명 수익이 나면 왜 한국카본을 더 사지 않았을까 또 후회가 들 것 같습니다.
끝으로 김상재 유안타증권 콘텐츠팀 대리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단기매매를 할 것인지 장기 보유 관점에서 투자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티레이더를 다르게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MTS 화면을 켜자마자 나오는 햇빛·안개 신호는 일봉 기준으로 돼 있습니다. 한 달 정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는 분들은 일봉 차트가 용이하지만, 단기트레이딩 투자자는 설정을 60분봉으로 바꿔서 보면 시장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공략주와 서치369를 통해서도 주가가 오를만한 종목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달(2월11일~3월8일) 추천 종목의 상승 적중률은 70% 정도입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그간 [GO!투자]를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투자체험기에서 연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이번 투자에선 제 감을 믿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AI(인공지능)를 활용해봤습니다.
유안타증권 티레이더를 설치했습니다. 티레이더는 주식 매수와 매도 시점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상승·하락 종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데요. 햇빛(매수)과 안개(매도)로 신호를 줍니다.
프로그램 작동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저보단 믿음직한 건 왜일까요. 그간 저의 투자 추이로 제 신뢰도를 측정해본다면...아 점수를 따지기조차 힘들겠네요. 네, 저도 제가 미덥지 못합니다.
지난달 13일 100만원으로 투자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종목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입니다. 당시 반도체주들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3만8700원까지 밀려났지만, 올 들어 4만원을 회복한 데 이어 4만5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5만원 회복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였죠.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말 6만500원에서 지난달 단숨에 7만5000원대까지 회복하면서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티레이더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매수 신호를 뜻하는 '햇빛'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4만6550원에 10주를, SK하이닉스는 7만6900원에 6주를 사들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수한 것은 생애 처음입니다. 그간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인 코스닥에만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두 종목을 사들이자 잔액은 7만원 정도로 애매하게 남았습니다. 다시 코스닥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티레이더 내 '오늘의 공략주'를 살펴봤습니다. 한국카본이라는 종목이 올라와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카본은 2.13% 강세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처음 들어본 주식이었지만, AI 추천주인 만큼 매수를 눌렀습니다. 현재가인 8150원으로는 총 8주 매수가 가능했습니다. 제가 매수하고난 뒤 한국카본은 장중 823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도 돌파했습니다. 첫날 투자 성적은 좋진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가 산 가격보다 조금 떨어져서 마감했기 때문이죠. 전체 수익률은 -1.22%로 출발했습니다. 투자 다음날부터 호재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는 2.81% 급등 마감했습니다. 한국카본은 장중 830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도 다시 썼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수익률은 0.71% 플러스로 금세 돌아섰습니다. 간만에 보는 빨간불입니다.
하지만 플러스 수익률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렸습니다. 주식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닥쳤기 때문이죠.15일엔 미중 무역협상에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3.05%, -4.65% 고꾸라졌습니다. 이후 두 종목은 소폭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이전의 하락폭이 워낙 컸던 탓에 전체 수익률은 뚝뚝 내려갔습니다. 18일과 19일엔 전체 수익률이 -2.17%, -3.12%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래도 추세를 전환할 호재는 있었습니다. 20일엔 삼성전자는 2.07% 상승한 데 이어 4거래일 연속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갤럭시 S10과 갤럭시 폴드가 발표되면서 시장에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었죠. 삼성전자가 내놓은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의 연간 예상 판매량은 1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됐습니다.
갤럭시 폴드의 동력을 받아 삼성전자가 5만원 회복에 드디어 나서는구나 싶었지만, 헛된 기대였습니다. 2월 말로 접어들수록 반도체주들의 주가는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업황 우려가 다시 불거진 탓이었는데요.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돌발악재도 더해졌습니다. 지난달 28일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거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났지만, 회담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날 오후 북한과 미국이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고, 회담도 불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주식 시장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1.76% 하락 마감했습니다. 현대상선 등 남북 경협주들이 대거 폭락한 탓입니다.
반도체도 영향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7만원까지 고꾸라졌습니다. 티레이더 신호도 햇빛에서 안개로 바뀌었습니다. 4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 거죠. '진단'코너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분석도 달라졌습니다. 차트 분석에선 해당 종목의 주가흐름이 조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슬슬 반등할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생각을 밀고 나갈 근거가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제 감을 믿지 않기로 했으니 AI의 결정을 따랐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7만500원에 매도를 걸어놨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도 매도가 체결됐다는 알림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7만300원대였던 SK하이닉스 주식은 더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바빠졌습니다. 오후 3시께 7만200원으로 정정 주문을 냈습니다. 왠지 내일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 내에는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 들었기 때문이죠.
제가 매도한 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7만원대를 유지했습니다. 회복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6만81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맞습니다. 주식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모두 내가 팔고난 뒤에 가격이 떨어져야 기분이 좋습니다.
다행히 SK하이닉스를 손절매했지만,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수익률의 빌런(악역)은 삼성전자였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8일 3.53%나 급락한 데 이어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티레이더 신호는 햇빛이었습니다.
지난 5일엔 -1.34%로 장을 마감하면서 4만425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전체 수익률 계좌의 하락도 커졌습니다. 전체 수익률은 -4.95%까지 확대됐습니다. 6일 들어 상황은 더 악화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장중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신호가 안개신호로 변했습니다. 전체 수익률 계좌도 -5.18%까지 확대됐습니다. 삼성전자를 매도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 길로 4만4200원에 전량을 매도 주문 해놨습니다. 4만4100원에 거래가 체결되고 있었던 만큼, 조금이라도 손실을 덜 보기위해 고작 100원 높여 주문을 낸 건데요.
하지만 오후 1시가 되도 매도 체결 알람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그 사이 삼성전자 주가는 더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4만3850원까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추풍낙엽 꼴이었는데요. 오후 1시께 주문가를 4만3900원으로 변경해 매매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삼성전자도 제가 판 가격보다 더 하락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요. 삼성전자는 7일 장 초반 4만34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티레이더 투자를 진행하면서 티레이더도 만능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트분석으로 신호를 주는 탓에 북미정상회담이나 반도체 투자 우려와 같은 돌발악재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죠. 북미정상회담은 정치적인 돌발 이슈이니 어쩔 수 없지만, 반도체 업황 우려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가 차트에 반영되는 건 증권사 리포트보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를 활발히하는 투자자라면 뉴스나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반도체가 심상치 않구나 하면서 티레이더 신호 전에 매도를 던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투자체험기도 일단 마이너스입니다. 지난 8일 수익률은 -7.01%입니다. 이제는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더 이상 슬프지 않네요. 마이너스에 적응이 됐나봅니다. 써놓고 보니 마이너스에 적응됐다는 말이 더 슬퍼지네요.
그래도 티레이더가 늦게나마? '손절매' 타이밍을 알려준 것은 긍정적입니다. 최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손실이 더 커지지 않았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겠습니다.
투자에 '존버(엄청 버티는)' 정신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한번쯤 써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늘 언제 팔아야 하고, 언제 사야할 지 고민합니다. 항상 어깨에서 사서 무릎에서 팔곤하는 투자자라면 한번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깨에서 샀더라도 티레이더는 무릎이 오기 전 허리 정도에선 안개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아직 제게는 한 종목이 남아있습니다. 한국카본은 여전히 '햇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익률이 플러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알게 된 기업이지만, 꽤 괜찮은 녀석인 듯 합니다. 한국카본은 지난 6일 10억원 규모 공급계약 소식도 있었구요. 하지만 큰 기대는 말아야겠죠. 제가 갖고 있는 건 6주 뿐이니까요. 분명 수익이 나면 왜 한국카본을 더 사지 않았을까 또 후회가 들 것 같습니다.
끝으로 김상재 유안타증권 콘텐츠팀 대리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단기매매를 할 것인지 장기 보유 관점에서 투자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티레이더를 다르게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MTS 화면을 켜자마자 나오는 햇빛·안개 신호는 일봉 기준으로 돼 있습니다. 한 달 정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는 분들은 일봉 차트가 용이하지만, 단기트레이딩 투자자는 설정을 60분봉으로 바꿔서 보면 시장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공략주와 서치369를 통해서도 주가가 오를만한 종목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달(2월11일~3월8일) 추천 종목의 상승 적중률은 70% 정도입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