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말레이·캄보디아 국빈방문…'맞춤형 3色 협력사업' 준비
시장 다변화로 성장동력 확보…'하노이 결렬' 후 한반도평화 지지 재확인
文대통령, 아세안 3개국 협력 내실 다지기…新남방 다시 '고삐'
문재인 대통령이 10∼16일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3개국을 차례로 국빈방문해 한-아세안 협력관계 증진을 모색한다.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아세안 국가들을 선택한 것으로, 정부 출범 초부터 강조한 '신남방정책'에 다시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를 맞아 경제 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신남방정책에 속도를 높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는 세 나라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협력사업을 준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우선 브루나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현지 최대규모 건설공사로 꼽히는 '템부롱' 대교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배치됐다.

이 공사는 동서로 분리된 브루나이 국토를 해상 12㎞, 육상 10㎞ 길이의 교량을 건설해 연결하는 사업으로, 2개 공구를 한국 기업인 대림이 수주해 올해 5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브루나이 최대규모 모스크인 볼키아 모스크, 리파스 대교 등 건축물 건설에 참여해 온 만큼, 이번 사업 후에도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현지 진출이 확대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방문의 키워드는 '한류'와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이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말레이시아는 2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세계 할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동시에 한류에 대한 인기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며 "말레이시아 최대 쇼핑몰에서 한류와 할랄을 결합한 전시회를 개최,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순방지인 캄보디아의 경우 한국의 ICT·과학기술을 토대로 교류를 증진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실제로 한국은 캄보디아에 실시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공동망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방문기간 양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의 기적을 메콩강의 기적으로'라는 주제의 비즈니스 포럼이 열리는데, 이는 한국과 메콩강 유역 5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의 관계 강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윤 수석은 전했다.

이처럼 실제 눈에 보이는 성과들을 하나씩 챙기면서 협력관계를 내실화해 신남방정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순방지인 3개국은 한-아세안 번영과 발전을 견인하는 허리 역할을 하는 나라들"이라며 "브루나이는 한-아세안 대화 조정국이며, 캄보디아는 그 직전의 대화 조정국이고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창립국이자 역내 선도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4강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신남방정책의 목표"라며 "이번 순방은 그러한 여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순방으로 문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7개 국가를 방문하는 셈이 되며, 나머지 3개국인 태국·미얀마·라오스 역시 추후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순방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첫 해외 순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포스트 하노이' 정국에서 다시 외교무대에 나서는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고위관계자는 "이번 순방에서 상대국들에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북한을 대화 과정에 계속 참여할 여건을 만들기 위한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