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銀, 침체 공포에 '돈 풀기' 급선회…'일본형 함정'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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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세계 통화정책 정상화
ECB, 긴축 시작 3개월도 안돼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 대출"
글로벌 경기 급속 냉각 우려…美·中·日도 부양책 목소리 커져
전문가 "돈 풀어도 전망 어두워"…경기침체 대응카드 부족
ECB, 긴축 시작 3개월도 안돼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 대출"
글로벌 경기 급속 냉각 우려…美·中·日도 부양책 목소리 커져
전문가 "돈 풀어도 전망 어두워"…경기침체 대응카드 부족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본격화되자 각국 중앙은행이 다시금 ‘돈 풀기’ 통화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방만해진 통화정책을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정상화하려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경기가 꺾이자 계획을 경쟁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세계가 초저금리에도 경기 회복이 요원한 ‘일본형 경기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금리 인상이 불가능해지면서 다음번 경기 침체 때 중앙은행들이 활용할 별다른 정책수단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적완화 흐름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금리 동결 기조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동시에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까지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출을 많이 하는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부양책이다. 긴축을 위해 EC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한 지 3개월도 안 돼 경기 부양 기조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 전망은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며 “불확실성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는 이날 “미국 경기가 예상대로 좋아지기보다 악화될 위험이 크다”며 “금리 인상 경로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아니라 인하 방향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19~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 긴축 정책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조5000억달러까지 늘어난 자산을 상당폭 줄일 계획이었으나 경기 역풍을 만나 1조달러도 줄이지 못하고 끝내야 할 형편이다. 시장에 풀린 돈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도 14~15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금융완화 지속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라다 유타카 일본은행 정책심의위원은 “침체가 현실화되면 지체없이 추가 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와카타베 마사즈미 일본은행 부총재는 “필요할 경우 점진적으로 추가 금융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출구정책에 관한 논의가 나왔지만 일본 경제에 경보음이 잇따르면서 일본은행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중국은 인민은행이 지난달 15일과 25일 0.5%포인트씩 지급준비율을 연이어 낮춰 시중에 1조5000억위안(약 253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준율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 대대적인 감세 등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펴고 있다.
경기 냉각에 줄줄이 투항
각국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낮은 기준금리를 정상화하고 과다하게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는 방침을 바꾼 것은 빠르게 냉각되는 경기 때문이다.
ECB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180도 달라졌다.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7%에서 1.1%로 수정됐고 통화정책 방향도 확 바뀌었다. 유럽 경제의 맹주인 독일마저 올해 성장률이 0.7%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무역이 대폭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제시한 수치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달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은 3.3%다. OECD는 중국·유로존의 경기 둔화, 무역긴장 지속, 경제심리 악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시 돈을 푼다 해도 성장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우려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선진국들은 저성장과 초저금리가 반영구적이 된 듯한 일본의 경험을 그대로 따를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ING는 “유로존 경제가 일본처럼 저금리를 앞세워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저성장과 저물가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며 ‘유로존의 일본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음번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응할 통화정책 수단이 부족할 수도 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Fed는 금리 운용에 많은 여유가 없다”며 “다음 침체 때 마이너스 금리를 취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세계가 초저금리에도 경기 회복이 요원한 ‘일본형 경기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금리 인상이 불가능해지면서 다음번 경기 침체 때 중앙은행들이 활용할 별다른 정책수단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적완화 흐름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금리 동결 기조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동시에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까지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출을 많이 하는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부양책이다. 긴축을 위해 EC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한 지 3개월도 안 돼 경기 부양 기조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 전망은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며 “불확실성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는 이날 “미국 경기가 예상대로 좋아지기보다 악화될 위험이 크다”며 “금리 인상 경로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아니라 인하 방향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19~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 긴축 정책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조5000억달러까지 늘어난 자산을 상당폭 줄일 계획이었으나 경기 역풍을 만나 1조달러도 줄이지 못하고 끝내야 할 형편이다. 시장에 풀린 돈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도 14~15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금융완화 지속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라다 유타카 일본은행 정책심의위원은 “침체가 현실화되면 지체없이 추가 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와카타베 마사즈미 일본은행 부총재는 “필요할 경우 점진적으로 추가 금융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출구정책에 관한 논의가 나왔지만 일본 경제에 경보음이 잇따르면서 일본은행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중국은 인민은행이 지난달 15일과 25일 0.5%포인트씩 지급준비율을 연이어 낮춰 시중에 1조5000억위안(약 253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준율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 대대적인 감세 등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펴고 있다.
경기 냉각에 줄줄이 투항
각국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낮은 기준금리를 정상화하고 과다하게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는 방침을 바꾼 것은 빠르게 냉각되는 경기 때문이다.
ECB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180도 달라졌다.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7%에서 1.1%로 수정됐고 통화정책 방향도 확 바뀌었다. 유럽 경제의 맹주인 독일마저 올해 성장률이 0.7%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무역이 대폭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제시한 수치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달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은 3.3%다. OECD는 중국·유로존의 경기 둔화, 무역긴장 지속, 경제심리 악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시 돈을 푼다 해도 성장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우려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선진국들은 저성장과 초저금리가 반영구적이 된 듯한 일본의 경험을 그대로 따를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ING는 “유로존 경제가 일본처럼 저금리를 앞세워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저성장과 저물가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며 ‘유로존의 일본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음번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응할 통화정책 수단이 부족할 수도 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Fed는 금리 운용에 많은 여유가 없다”며 “다음 침체 때 마이너스 금리를 취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