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체질 개선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지난달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계획 규모가 약 3년 반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고용분석업체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기업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총 7만6835명으로, 2015년 7월(10만5696명) 후 가장 많았다. 전달(5만2988명)보다 45%, 지난해 같은 달(3만5369명)보다 117% 증가했다. CG&C는 “작년 하반기 들어 감원 규모가 급증했다”며 “시장 불확실성, 소비 행태 변화, 신기술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7개 공장을 폐쇄하면서 1만4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같은 달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1만2000명 감원과 비주력 사업부 매각, 핀란드 가구회사 이케아는 내년까지 7500명 감원 계획을 내놨다.

올 들어서는 인도 타타그룹 산하 재규어랜드로버가 지난 1월 45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생명공학 부문을 23조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경기 둔화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구조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는 브렉시트 우려에 3500명이 일하는 영국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일본 반도체기업 르네사스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수요가 급감하면서 1000명 규모의 감원을 결정했다.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인해 글로벌 은행과 자산운용업계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웰스파고(2만6500명), 블랙록(500명), 소시에테제네랄(1500명) 등의 감원 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2017년 968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인 데다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전기차로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체들은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실탄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에 투입할 계획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